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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파크 - 지오파크로 인정받은 제주도 만장굴, 암석지대가 명소로 ‘수십억년 시간여행’

한아름정원 2012. 2. 25. 00:34

암석지대가 명소로 ‘수십억년 시간여행’

 

 


지오파크로 인정받은 제주도 만장굴.        사진제공=제주도청

 

 

 지난 10일, 경북 영덕군 영해면의 한 바닷가. 파도가 철썩철썩 치는 곳에 울퉁불퉁 솟은 암석지반이 시선을 끈다. 마치 페인트로 일부러 칠한 듯 진한 녹색을 띠고 있다. 하지만 10㎝도 채 떨어지지 않은 옆쪽의 돌들은 선명한 검은색이다.

 “자, 양쪽 암석지반에 다리를 한짝씩 걸쳐 서 보십시오. 여러분은 지금 24억년의 시간 여행을 동시에 하시는 것입니다.”

 임명혁 지반환경연구센터장(51)의 말이 끝나자 이곳저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특히 이영근 영덕군청 문화관광과 관광기획계장은 “영덕 토박이지만 이곳이 그런 사연이 있는 줄 지금에야 알았다”면서 아이처럼 팔짝팔짝 뛰며 좋아했다.

 임센터장의 설명은 이랬다. 진녹색을 띤 암석층은 25억년 전 한반도 기반암인 영남육괴 변성암류 평해층군이고, 검은색의 암석층은 1억년 전 중생대 경상분지 기저층인 울련산층이라는 것. 그러니까 24억년이라는 시차를 둔 바위들이 모종의 단층 작용으로 인해 서로 맞붙어 있는 셈이다. 평범해 보이는 지역이 과학적인 설명 하나로 희귀하고 의미 있는 명소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지역인 ‘지오파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를 농촌 경제 활성화의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오파크(세계지질공원)란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문화보전 및 자연환경보호제도의 하나다. 유네스코는 인류가 지켜나가야 할 가치가 있는 문화재나 자연환경을 ▲ 세계유산(World Heritage) ▲ 생물권보전지역(Biosphere Reserve) ▲ 지오파크(Geopark)로 구분해 기린다.

 세계유산은 경주 석굴암이나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을, 생물권보전지역은 창녕 우포늪이나 순천만 갈대밭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하지만 지오파크는 국내에 제주도 말고는 지정된 곳이 없어 조금은 낯설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말 현재 전 세계 25개국 77곳이 지오파크로 지정됐는데, 우리나라에선 제주도의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등 지질명소 9곳이 2010년 첫 지정됐다. 

 지오파크는 그러나 대중화 여부와 상관없이 개발과 보전 논리에서 길을 잃은 농촌관광의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유네스코의 지오파크 가이드라인을 보면 “지질유산이 여러개 포함된 지역으로 이들을 보전함과 동시에, 연구·교육·보급에 활용하고 여기에 관광을 더해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활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임명혁 센터장은 이를 근거로 “지오파크 인증은 그 나라의 지질 유산이 세계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보증받았다는 말이어서 국가 브랜드 상승은 물론 관광객 증대, 지역경제 발전 등을 함께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유산과 생물권보전지역이 해당 문화재나 자연환경의 보전과 개발 규제에 초점을 둔다면, 지오파크는 보전과 활용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어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얘기다.

 이런 주장은 실제로도 입증되고 있다. 전용문 제주도청 세계자연유산관리단 연구원(39)은 “제주 한경면 고산리의 수월봉은 세계화산백과사전에 등재될 만큼 가치가 높지만, 그동안 알려지지 않아 관광객의 외면을 받아 왔다”면서 “하지만 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난해 세계트레일행사가 열리는 등 내외국인의 발길이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도 호의적인 반응이다. 고광훈 고산리 이장은 “재산권 제한 등의 문제가 불거진 다른 문화·자연유산 인증제도와는 달리 지질공원은 개발과 보전을 함께할 수 있어 마을 주민들의 자부심도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제주사례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지오파크 추가 지정을 받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지오파크에 따르면 세계유산의 경우 국가가 인증신청을 하지만, 지오파크는 지자체가 인증신청 주체인 만큼 경남 고성군, 서울 노원구 등 현재 전국 50여곳의 지자체에서 추가 인증을 받기 위한 여건을 조성중이다.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강원지역에서는 비무장지대를 지오파크로 등재하려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축이 돼 DMZ지질공원 조성사업단이 꾸려졌고, 경북 동해안 일대에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윤재우 (가칭)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지오파크 추진위원장은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세계 인증으로 연결하기 위해 1년여간의 발굴 조사 끝에 화석산지나 신생대 지층, 고래불 염전 유적, 해안단구 등 특색 있는 지형 지질이 지오파크로 인정받기에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조만간 이를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과제도 적지 않다. 최재석 (사)지오파크 대표는 “지오파크로 인증받기 위해선 기반 시설(안내소나 안내판)을 완비하는 한편, 지질유산 해설사 같은 전문 인력을 별도로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신문>관광 HOME > 라이프(N+)  영덕=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