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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도전기 - 김장담그기 첫경험 성공적 ^^

한아름정원 2012. 1. 27. 01:00

‘도시농부’ 도전기

올 한해 농사 김장으로 ‘성공적 첫경험’

 ‘김장 정예군단’이 떴다. 직접 가꾼 배추ㆍ무로 김치를 담근다는 소문을 듣고 어머니 친구분들이 곳곳에서 모였다. 여럿이서 작업할 땐 큰 대야 대신 바닥에 두꺼운 비닐을 깔면 수월하다.

 

첫 경험이었다.

스물일곱 도시 처자가 물어물어 짓는 농사인데 첫 경험 아닌 것이 있겠냐마는 이렇게 어마어마한 일은 처음이었다.

김장. 두글자만으로도 부담을 주는 이 큰일을 기어이 해내고야 말았다.

 배추와 무, 청갓·적갓과 쪽파는 11월 중순에 수확했다. 배추는 영하 5℃까지는 견딜 수 있지만, 무는 영하로 내려가면 얼어버리기 때문이다.

 배추 겉잎을 몇장 젖히고는 밑동을 부엌칼로 싹둑 잘랐다. 함께 텃밭을 일구는 선배 도시농부들은 “어차피 속을 먹을 것이고, 올해 배추농사가 워낙 잘됐으니 겉잎을 많이 떼어내도 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애지중지 키운 내 새끼, 한잎이라도 아껴서 우거지로 살뜰히 먹어낼 생각에 나는 남이 버린 겉잎까지 주워 담아 왔다. 무는 뿌리의 절반 이상이 땅 위로 솟아 있어 힘들이지 않고도 쑥 뽑혔다. 승용차 트렁크와 뒷좌석에 돗자리를 깔고 수확물을 가득 채웠다.

 집에 와서 종일 배추와 무를 갈무리했다. 배추 겉잎은 끈으로 엮어 베란다에 매달았고, 무청은 물에 데쳐 먹기 좋게 나눠서 냉동실에 저장했다. 시래기와 우거지를 보니 겨울 반찬 걱정은 없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했다.

 원래 밭에서 다함께 김장하기로 했던 우리의 계획은 수정됐다. 많은 김장 재료를 공수할 상황이 안 되어 각자 집에서 담그기로 했다.

 김장 전날, 배추를 절이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반으로 쪼갠 배추의 노란 속살에 전남 신안산 천일염을 골고루 뿌렸다. 욕조를 가득 채운 절인배추에 행여나 물이 튈까 어머니는 세수도 못하게 하셨다. 오후께 절인 배추를 밤 11시에 뒤집고 새벽 4시에 살랑살랑 헹궜다. 일 때문에 잠 못 잔 적은 있어도 배추 때문에 잠 못 자보긴 또 처음이다.

 대망의 김장 날. ‘마당발 염여사(어머니)’와 그 딸이 김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먼 곳 사는 어머니 친구부터 구경 온 동네 아주머니까지 네명이나 모였다.

 각자 역할을 나눠 일사불란하게 김치 소를 준비했다. 무를 채썰고, 대파·쪽파·갓·양파·미나리·불린 청각을 썰고, 마늘과 생강을 다지고, 찹쌀풀을 쒔다. 사람이 많아 일손이 줄어들긴 했지만 사공이 많은 탓에 배는 방향을 못 잡기도 했다. 자신만의 김장비법을 가진 아주머니들이 모이니 북어대가리 삶은 물을 넣네 마네, 매실 원액을 넣네 마네 옥신각신한 것이다. 그 유쾌한 실랑이조차도 김장이라는 잔치의 한 과정 같아 슬며시 웃음이 났다.

 그래도 그 사공들 덕분에 적잖은 김장의 지혜를 배웠다. 양념을 버무릴 때는 큰 대야 대신 건재상에서 파는 두꺼운 비닐을 바닥에 깔아 쓰면 작업도 뒤처리도 간편하다는 것. 김치는 익으면서 가스가 나오기 때문에 김치통의 80%만 채워야 한다는 것. 김치 맨 위에 절인 배추 몇 잎을 덮어 주면 곰팡이가 슬지 않는다는 것….

 이날 담근 배추김치는 50여포기. 무는 양념해서 배추 사이사이에 끼워 넣었고, 갓은 따로 절여서 갓김치를 담갔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식시간! 흰쌀밥 한숟갈에 김장김치를 쭉 찢어 오물오물 냠냠… 배추는 ‘달큰시원’하고 양념은 ‘칼칼짭짤’한 것이, 동네방네 한포기씩 갖다 주며 자랑하고픈 맛이었다. 김장 날 빠질 수 없는 돼지고기 삼겹살 수육까지 입안에서 어우러지니 새벽에 배추를 헹구며 ‘내년엔 안 해야지’ 먹은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해거름이 돼서야 김장 한마당이 모두 끝났다. 김치 한두포기씩 손에 들고 집을 나서는 아주머니들 중 누군가 너스레를 떨었다. “아유, 김치가 너무 맛있어서 올겨울도 살 빼긴 글렀네!”

농민신문-김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