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은 남자가 여자를 위해 먹는 음식이다.
서양에서는 정력의 상징으로 여길 만큼 남자에게 좋기 때문. 바람둥이로 유명한 카사노바는 하루에 굴 50여개씩을 챙겨 먹었고, 독일의 명재상인 비스마르크도 한번에 180여개씩 먹었다고 한다.
정복자 나폴레옹, 문학가 발자크 등도 굴을 즐겨 먹었다. 날것이라면 손사래부터 치는 서양사람들이 굴은 이상하리만큼 생으로 즐기는 데에는 다 그만한 속셈(?)이 있었던 것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아연의 양은 하루 15㎎ 정도로, 정액 속에 포함된 아연의 농도는 불임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굴에 포함된 아연은 10㎎ 정도. 게다가 굴 속의 아연과 아미노산은 정소에서 만들어지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하니 정력제라는 것도 근거 없는 말은 아닌 듯하다.
이뿐만 아니다. 여자가 남자를 위해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배 타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하얗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피부에 좋다는 이야긴데, 굴에는 인간이 매일 섭취해야 할 아연·칼슘·철분·인 등 각종 미네랄이 다량 함유돼 있다.
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방사능 예방에 좋은 요오드도 듬뿍 들어 있다. 철분은 물론 비타민C와 E가 많이 들어 있어 피로를 줄이고 변비를 막아 건강한 피부를 만들어 준다. 냉증이나 빈혈로 고생하는 사람에게도 좋단다. 누가 누구를 위해 먹든, 결국 본인들에게도 좋은 것만은 사실인 셈.
굴은 바닷물이 들고 나는 지점에 산다. 물이 들면 바다에 잠겨 플랑크톤이나 조류 등 유기물을 흡수해 덩치를 키우고, 물이 나면 바닷바람과 햇볕을 맞으면서 속이 여문다. 돌이나 바위·나무·어패류 등 어느 곳에나 잘 고착돼 자라기 때문에 예로부터 굴은 물만 빠지면 쉽게 잡을 수 있는 식재료였다.
물이 빠지면 아낙들은 개펄로 들어가 쇠갈고리로 한쪽 껍데기를 따고 속의 굴을 따 담는다. 그러고 나면 바위엔 새하얀 속살의 껍데기만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이것이 마치 지상의 꽃잎을 닮았다 해서 얻은 이름이 바로 석화(石花)다.
전통적인 굴 양식법은 ‘투석식’과 ‘지주식’이다. 물이 들고 나는 곳에 돌을 던져 넣어 굴을 붙이는 방법이 투석식이고, 기다란 나무를 박아 키우는 방식이 지주식이다. 둘 다 자연산처럼 물이 나고 듦에 따라 물속에 잠겼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따로 사료를 주어 키우는 것이 아니니 굳이 양식이라는 표현을 하고 말 것도 없다.
그러다가 1960년대 무렵 남해안에서 수하식이 시작됐다. 수하식은 7m 정도의 긴 줄에 조가비를 끼워 달아, 부유하는 굴의 유생을 고착시킨 후 바다에 내려 키우는 방식이다(생육은 깊은 바다에서 가능하지만 유생은 3~6m 사이에 주로 떠다니기 때문이다).
서해안처럼 조수간만의 차가 심하지 않은 남해 통영에서 이 방법은 주효했다. 조가비에 유생이 붙으면, 이 굴줄을 부표에 달아 바다에 내려서 2년 정도 키우는데 그 길이가 100~200m에 이른다고. 지금은 아예 주산지가 바뀌어 통영이 전국 굴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통영에서 18년째 굴 전문점 ‘향토집(☎055-645-4808)’을 운영하고 있는 문복선씨는 “바다 깊이 줄을 내리는 방식이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한 것”이라며 “한번도 뭍으로 나오지 않고 바닷속에서 왕성한 먹이활동을 하기 때문에 서해안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문씨는 또 “서해안 굴은 비교적 단단하면서 향이 강한 대신에 크기가 잘다면, 통영굴은 커서 한입만 먹어도 입에서 살살 녹으며 부드러운 바다의 향기가 감돈다”고 설명했다. 굴구이·굴찜·굴전·굴밥·굴국밥·굴무침 등 요리도 많지만 통영사람들이 즐기는 것은 바로 생굴이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굴은 암수가 한몸이다. 어렸을 때 먼저 수컷으로 자라는데 산란기가 된 첫해에는 정액을 분비하다가 2~3년이 지나면 모두가 암컷으로 변해 난자를 내보낸다. 성숙한 난자가 싱싱한 정자를 품는 형국이다. 그렇게 유생의 시절을 보내다가 종패가 되면 바위나 돌에 붙어 자란다. 굴이 남자나 여자에게 모두 좋은 것은 혹시, 홀아비 사정 과부가 안다고 수컷과 암컷의 사정을 두루 섭렵했기 때문이 아닐까. 큭,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