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15일 금요일 오후. 지진이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강타한 지 3일 만에 무너진 건물잔해 사이에서 한 여자아기가 구출됐다. 채 2살이 안된 위니(Winnie)는 인근 촬영을 하고 있던 호주 취재진의 도움으로 구출됐다.
위니는 탈수증상을 보일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위니의 부모는 불행히도 지진으로 집이 무너져 사망했다.
8개월이 지난 후 위니의 삼촌은 "위니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말도 조금 할 줄 알고 먹을 것을 달라고 하기도 하며 건강히 성장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앙드리세(Andrise)는 아이티의 역사 상 유례없던 지진으로 집과 친척들을 잃었다. 앙드리세와 그녀의 어머니는 여전히 안정적인 보금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들이 살고 있는 텐트는 수백 개의 임시 주거지 텐트 중 하나이다.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는 다른 가족들처럼 그들 역시 비로 인한 여러 위험요소들에 노출돼 있다. 지난해 10월초 앙드리세는 지진 이후 처음으로 학교에 돌아갔다. 이제 5학년이 된 앙드리세는 자신이 학급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 중 하나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의사가 되는 꿈도 갖고 있다. "저는 과학시간을 좋아해요. 저는 의사가 하는 일이 좋기 때문에 의사가 되고 싶어요. 의사가 되면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죠."
규모 7.0의 강진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아이티에 원조금이 제때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대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이 되지만 지원을 약속한 원조국 상위 24개국은 약속한 57억5000만 달러 중 42%만을 내놓는 데 그쳤다.
국제아동권리기관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는 이날 "아이티 재건을 위해 원조국은 지원하기로 약속한 금액을 신속하게 지급해야 한다"며 "아이티가 미래를 위해 나아가도록 국제사회가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진 발생 후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1년간 아동 50만명을 포함해 87만9000명에게 도움을 줬다.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아이티 주민들을 위해 지진의 피해를 입은 대부분의 지역에 80개의 의료시설을 열었다. 등 발 빠르게 대처했다.
또 지진으로 가족과 헤어지게 된 아동을 위해 '가족추적네트워크(Family Tracing Network)' 사업을 진행했다. 지금까지 1135명 이상의 아동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구호단체의 이같은 노력에도 아직 아이티 재건의 길은 험난하다.
현재까지 130만명의 사람들이 임시 텐트에서 생활하는 등 복구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콜레라 발생으로 다시 한 번 장애물을 만났다. 특히 1960년대 이후로 자취를 감췄던 콜레라가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아이티 국민들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말 발생하기 시작한 콜레라는 2개월만에 전체 인구의 6.5%에 해당하는 65만명을 감염시키는 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2120명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아이티의 높은 인구밀도와 비위생적인 생활환경을 감안할 때 질병 확산의 가능성 또한 높은 상황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향후 6개월 이내에 추가적인 지원이 없으면 약 40만 명이 질병에 감염될 우려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의 추가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김노보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회장은 "아이티 국민 특히 아동들이 지진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kbae@newsis.com<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배민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