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동`검정색 와이셔츠맨` 남기형 씨 인터뷰
매일경제 | 입력 2010.11.23 07:14 | 수정 2010.11.23 07:17 | 누가 봤을까? 40대 남성, 서울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은 연기에 목숨이 왔다갔다했는데, 저야 팔만 다쳤을 뿐 숨도 쉬고 멀쩡합니다." 서울 삼성동 141-4번지 임성빌딩 화재 현장에서 몸을 날려 인명을 구해낸 '검정색 와이셔츠맨' 남기형 씨(41.보광훼미리마트 전산실 포스개발팀장)는 겸손했다.
22일 오후 5시께 서울 삼성동 보광빌딩 4층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남 씨는 회사 뒷건물 3층에서 불이 나는 것을 발견하고 비상구 계단을 통해 뛰어내려갔다.
작은 유리창 틈새로 "살려주세요", "141-1번지 화재신고요" 등 절규가 터져나왔다. 5시 7분께 첫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했고, 13분께 3층으로 올라서는 사다리가 설치됐다.
소방대원들이 3층을 향해 물을 뿌리는 데 집중하는 동안 사다리는 비어 있었다. 이때 174㎝의 키에 검정테 안경을 쓴 온화한 인상의 남 씨가 동료 직원이 들고온 휴대용 소화기를 집어들고 사다리를 올랐다. "그만 내려오시라", "소방대원들은 뭐하냐? 민간인이 다 하고 있다"는 동료 직원들과 시민들의 외침은 들리지 않았다.
창틈으로 공기를 마시려고 얼굴을 들이미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는 '유리창만 깨면 사람들이 살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한 중년 여성이 연기에 신음하고 있던 창문에 다다른 남 씨는 오른손에 든 소화기로 창문을 깼다. 이중창인 창문은 소화기를 두 번 내리친 후에야 깨졌다.
남 씨가 차례로 내려보낸 4명의 남녀를 소방대원이 받았다.
사다리에서 내려와 오른손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본 남 씨는 자신도 다쳤다는 것을 알게 됐고, 동료 직원들과 택시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이동했다.
창문을 깨기 위해 소화기를 무리하게 다루면서 오른손 중지 인대가 끊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병원에서 수술을 마친 뒤였다.
23일 0시 30분께 서울 행당동 서울연세병원 병실에서 만난 남 씨는 "마지막에 내려온 여자분은 긴장이 풀렸는지 기절했다"며 "올라갔을 때 사다리가 흔들리지 않아 다행"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처음에 뿜어져나온 검은 연기를 들이마셨을 때는 숨이 탁 막혔지만 차츰 나아지고 있다"며 "인대는 수술했으니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3인실 병실에는 부인 김모 씨(40)가 원망과 존경이 섞인 눈빛으로 남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 씨는 "부모님과 딸(14)에게는 걱정할까봐 얘기도 안 했다"며 가족 걱정을 털어놓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는 3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마에 슬퍼하고, 4명밖에 구하지 못해 아쉬워한 시민이기도 했다.
사실 그는 6명을 구했다.
인대를 끊으면서 김 씨가 깬 창문으로 2명이 추가로 구출됐기 때문이다. 잔불을 끄기 위해 소방대원들이 뿌려대는 소방수를 맞으며 흰색 와이셔츠에 검정색 수트를 걸친 신원미상의 한 30대 초반 남성이 사다리를 오른 것. 제2의 와이셔츠맨은 남 씨의 뒤를 이어 2명을 더 구해냈다.
남 씨의 한 후배 직원은 "함께 현장에 내려왔지만 무서워서 구조장면을 지켜볼 뿐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며 "평소 온화하고 조용한 남 팀장님이 이런 활약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전했다.
남 씨는 오늘 서울연세병원을 퇴원해 서울 도곡동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22일 오후 5시께 서울 삼성동 보광빌딩 4층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던 남 씨는 회사 뒷건물 3층에서 불이 나는 것을 발견하고 비상구 계단을 통해 뛰어내려갔다.
소방대원들이 3층을 향해 물을 뿌리는 데 집중하는 동안 사다리는 비어 있었다. 이때 174㎝의 키에 검정테 안경을 쓴 온화한 인상의 남 씨가 동료 직원이 들고온 휴대용 소화기를 집어들고 사다리를 올랐다. "그만 내려오시라", "소방대원들은 뭐하냐? 민간인이 다 하고 있다"는 동료 직원들과 시민들의 외침은 들리지 않았다.
창틈으로 공기를 마시려고 얼굴을 들이미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는 '유리창만 깨면 사람들이 살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한 중년 여성이 연기에 신음하고 있던 창문에 다다른 남 씨는 오른손에 든 소화기로 창문을 깼다. 이중창인 창문은 소화기를 두 번 내리친 후에야 깨졌다.
남 씨가 차례로 내려보낸 4명의 남녀를 소방대원이 받았다.
사다리에서 내려와 오른손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본 남 씨는 자신도 다쳤다는 것을 알게 됐고, 동료 직원들과 택시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이동했다.
창문을 깨기 위해 소화기를 무리하게 다루면서 오른손 중지 인대가 끊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병원에서 수술을 마친 뒤였다.
23일 0시 30분께 서울 행당동 서울연세병원 병실에서 만난 남 씨는 "마지막에 내려온 여자분은 긴장이 풀렸는지 기절했다"며 "올라갔을 때 사다리가 흔들리지 않아 다행"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처음에 뿜어져나온 검은 연기를 들이마셨을 때는 숨이 탁 막혔지만 차츰 나아지고 있다"며 "인대는 수술했으니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3인실 병실에는 부인 김모 씨(40)가 원망과 존경이 섞인 눈빛으로 남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 씨는 "부모님과 딸(14)에게는 걱정할까봐 얘기도 안 했다"며 가족 걱정을 털어놓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는 3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마에 슬퍼하고, 4명밖에 구하지 못해 아쉬워한 시민이기도 했다.
사실 그는 6명을 구했다.
인대를 끊으면서 김 씨가 깬 창문으로 2명이 추가로 구출됐기 때문이다. 잔불을 끄기 위해 소방대원들이 뿌려대는 소방수를 맞으며 흰색 와이셔츠에 검정색 수트를 걸친 신원미상의 한 30대 초반 남성이 사다리를 오른 것. 제2의 와이셔츠맨은 남 씨의 뒤를 이어 2명을 더 구해냈다.
남 씨의 한 후배 직원은 "함께 현장에 내려왔지만 무서워서 구조장면을 지켜볼 뿐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며 "평소 온화하고 조용한 남 팀장님이 이런 활약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전했다.
남 씨는 오늘 서울연세병원을 퇴원해 서울 도곡동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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