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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 제조업이 될 수 있을까? 퍼온글

한아름정원 2019. 10. 15. 18:28

 

 

 

농업이 제조업이 될 수 있을까?

2019년 2월 21일 by 남재작

 

1. 들어가기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과학분야 편집자인 지오프리 카(Geoffrey Carr)는 “농업이 늘어나는 세계 인구를 계속 부양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처럼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6시 내 고향”을 보며 농업을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이런 주장은 생뚱맞아 보인다. 그래서 찾아봤다. 도대체 농업이 왜 제조업처럼 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지. 나 스스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

 

가. 인구증가와 식량안보

 

2050년이면 90억이 넘어가는 인구. 사람들은 더 많이 먹고 식성도 더 까다로워진다. UN식량농업기구(FAO)는 2005년 대비 2030년이면 식량 생산이 40% 더 증가해야 하고, 2050년이면 70%의 식량이 더 필요하다고 예상한다. 이렇게 늘어나는 식량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 현재의 농업으로 어려울 것처럼 보였다. 뭔가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수긍이 갔다. 그럼 그게 환경친화적이고 가족농 중심의 농업을 해체해야만 달성 가능한 것일까, 나는 더 깊이 들어가 보기로 했다.

 

 

 

 

 

 

세계 농경지 면적은 5억 ㎢ 수준에서 멈추어 있다. 이는 전 세계 육지의 37% 수준이다. 지구의 육지가 늘어날 리 없으니 이는 당연한 결과라 할 것이다. 물론 몽골 등 중앙아시아 중심으로 대규모 농경지가 더 늘어날 지역이 남아있지 않은 건 아니지만 물이 없으니 희망적이진 않다. 이에 반해 쌀을 비롯한 주요 곡물의 생산면적 증가는 2010년대 들어서부터 정체를 보인다. 단위면적 당 생산량도 답보 상태다.

 

 

 

농업의 큰 흐름 역시 이런 글로벌 식량 수요에 바탕을 두고 움직인다. 농업 생산성을 올리기 위한 정밀농업기술의 확산, 유전공학기술을 이용한 신품종 종자 개발, 도시농업과 수직농장 등 새로운 개념의 농업이 등장한다. 지오프리 카의 상상처럼 현실의 농업은 점점 더 공장처럼 변해간다.

 

나. 진화하는 소비자

 

식품소비 부문에서는 더 큰 변화가 일어난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서 오는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런 소비자의 관심은 농장에서 슈퍼마켓, 농장에서 레스토랑까지 푸드 체인(food chain)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푸드 체인 전반에서 어떻게 투명성을 확보하고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할 것인가는 시장의 승패를 판가름하는 요소가 되어간다. 유기농산물, GAP와 이력추적제, 동물복지농장 인증, 로컬푸드 등 수많은 인증제도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시장에서 경쟁한다. 최근 일어나는 농식품 트렌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역시 세계적인 식품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소비자들은 식품 안전성에 대해 더 민감해졌고, 유기농산물과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가했다. 최근에는 “까다로운 소비자 운동”이 벌어진다. 식품이 더 이상 칼로리를 충족하기 위한 생존품의 역할보다는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상품으로 격상되었다.

 

우리의 식품시스템은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기호를 어떻게 충족할 것인가라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식품 소비자와 공급자 간 간격은 점점 더 넓어지고, 이 틈을 외국 농식품과 식문화가 빠르게 채워간다.

 

2. 현재 뜨는 농업기술

농업이란 여러 환경변수를 조합해서 최선의 수확을 만들어 내는 함수 풀이라 할 수 있다. 이 함수를 구성하는 변수에는 기상, 토양수분, 양분함량, 잡초와의 경쟁, 병해충 관리,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다룰 때 투입되는 비용 등이 있다. 이 복잡다양한 변수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 때 농민은 최고의 수확과 이익으로 보상받는다.

 

현재 각광받는 농업기술은 모두 이 변수들을 어떻게 비용 효과적으로 제어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정밀농업기술은 대규모 조방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에서는 광범위하게 채택되고, 세균과 곰팡이를 활용하여 토양의 연작장해와 양분흡수, 병행충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기술도 하나씩 실용화돤다. 이외에도 유전공학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종자의 개발, 인공 배양육 등농식품 산업의 지형을 바꿀 기술들이 숨 가쁘게 시도

 

가. 정밀농업

 

정밀농업이란 정밀한 측정에 바탕을 둔 비용 효과적인 제어라는 두 가지 기술의 조합으로 최적의 생산을 추구하는 농업을 말한다. 여기에는 농업환경변수에 대한 정밀한 측정과 최소의 노력으로 농업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제어하는 기술을 포함한다. 이때 기계의 도움이 필요하다. 대규모 농업에 적용되는 기술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자동화 기계에 부착되어 적용된다.

 

정밀농업 농기계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기업은 세계 최대 농기계 기업인 존 디어(John Deere) 사다. 트랙터에 GPS 센서를 부착하여 센티미터 수준의 정확도로 위치를 측정하고 제어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정밀도 덕분에 트랙터의 불필요한 운행을 줄여 연료비의 40%를 절감했고, 비료와 농약의 살포 효율을 크게 향상했다.

 

 

 

나. 세균과 곰팡이

 

미생물 하면 일단 식물병원균이 떠오르겠지만, 사실 미생물은 농업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플레이어이다. 질소 고정 세균은 공기 중에서 질소를 고정하여 천연비료를 작물에 공급하고, 토양 곰팡이균은 토양 속 미생물을 광범위하게 이동시키는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 미생물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늘어나면서 농업생물공학기술도 빠르게 변한다.

 

이 분야는 몬산토(Monsanto)와 노보자임(Novozyme) 연합이 단연 두각을 나타낸다. BioAg 컨소시엄으로 불리는 거대 바이오기업 연합은 2013년에 출범했는데 이미 수십 개의 미생물 기반 제품을 출시했다. BioAg 연합에서 만든 제품에는 살균제, 살충제, 토양 분(질소, 인, 칼륨)을 가용성으로 만들어 작물이 쉽게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미생물이 있다.

 

 

2015년에는 수천 종의 미생물을 시험하여 옥수수와 대두의 수량을 3% 이상 증가시키는 미생물을 찾아내기도 했다. 신젠타와 DSM(네널란드) 역시 비슷한 연합을 결성하였고, 화학기업인 듀폰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스타트업(startup)인 택손바이오사이언스(Taxon Bioscience)를 인수했다.

 

보스턴에 위치한 바이오 스타트업인 인디고(Indigo)는 4만 여종의 미생물을 대상으로 가뭄과 염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여러 농업바이오 스타트업이 염류, 열, 가뭄에 의한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미생물을 연구한다.

 

 

 

다. 종자개량과 유전공학

 

C3 작물인 쌀을 C4 작물로 개량하려는 시도가 필리핀에 위치한 국제미작연구소에서 진행 중에 있다. C3 작물에 비해 C4 작물의 생산성은 50% 정도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광합성 효율이 훨씬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옥수수 등 60여 종의 작물이 C4 사이클을 광합성 메커니즘으로 채택하지만, 아직 C4 사이클을 가진 쌀 품종은 없다.

 

C3 작물인 쌀에 C4 광합성 메커니즘을 도입하려면 유전자재조합 기술의 사용이 불가피하다. 과학자들에게는 식량 위기를 해소할 해결책이긴 하지만 반 GMO 운동가들의 반대를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관건이다. 예전엔 기술적으로 어려웠지만 현재는 성공에 상당히 근접했다는 소식이다.

 

 

GMO 기술이 많은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달리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라 불리는 유전자편집 기술은 크게 각광받는다. 타 생물의 유전자를 작물에 인위적으로 도입하는 GMO와는 달리 저항이 훨씬 적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유전자가위로 불리는 CRISPR/Cas9은 미생물에 침투한 바이러스의 유전자이다. 이 유전자가위를 이용하면 밀 등 작물에 자신이 원하는 유전자를 정확하게 삽입할 수 있다.

 

듀폰사의 종자사업 자회사인 파이어니아(Pioneer)는 유전자가위를 이용해서 밀의 자가 수분을 방지하는 기술을 시험한다. 이 기술이 성공하면 밀의 하이브리드 종자를 더 쉽게 만들 수 있게 된다. 중국과학아카데미에서는 밀에 치명적인 흰가루병 저항성을 가진 품종을 육성하는 데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한다. 미국에서는 유전자가위 기술로 만들어진 작물을 GMO에서 제외하고자 하는 논의도 진행 중이다.

 

라. 배양육, 고기 맛을 내는 식품

 

식품분야에서는 인공육류를 만드는 연구가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2013년 마스트리크대학교(Maastricht University)의 마크 포스트(Mark Post) 박사는 근육세포를 조직 배양하여 햄버거 패티를 만들었다. 2016년에는 캘리포니아 멤피스 미트(Memphis Meats)에서 미트볼에 적합한 배양육을 만들었다. 포스트 박사는 페드리디쉬에서 근육세포를 배양했다.

 

초기 비용은 배양육 kg 당 2,500만 달러가 소요되었지만, 규모가 커지면 이 비용을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노력이 성공한다면 kg당 65달러 수준에서 배양육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 전망된다. 이런 신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빌 게이츠를 포함한 투자자들은 최근 멤피스 미트에 1,700만 달러의 시리즈 A 투자를 단행했다. 이 회사의 인공육은 일반 축산에 비해 토지는 1%, 물은 10%만 사용한다.

 

 

 

 

이외에도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클라라 푸드(Clara Foods)는 합성달걀 흰자를 개발했다. 유전자 변형 효모를 활용해서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고 배출토록 한 것이다. 또한 단백질 조합을 달리함으로써 머랭을 더 쉽게 만들 수 있게 했다. 이 회사 창업자들은 달걀을 먹지 않던 채식주의자들에게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한다. 달걀을 생산하고 고기를 만들지만 이걸 농업이라 부를 수 있을까?

 

3. 트렌드를 만드는 청년들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시설재배와 대규모 축산농가를 제외한 대부분 농업 현장에서는 아직도 제조업이란 개념은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따라서 일반 논 및 밭작물 재배 분야에서는 미국처럼 혁신적인 농업서비스가 제공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방제용 드론이 농촌 현장에 빠르게 확산되지만 대체 농기계 수준에 머물러 있고, 외국처럼 관측 장비로서의 역할은 아직 제한적이다. 한때 식물공장이라는 개념에 대해 열광했던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설하우스는 여전히 백색혁명 시대의 전통을 유지한다.

 

 

반면에 파프리카와 토마토 등 대규모 시설재배 농가에서는 자동화 시설과 스마트 제어 기술이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접목로봇과 방제로봇, 무인 이동차 등 무인재배 기술도 빠르게 확산된다. 우리가 한 때 농업의 미래라고 상상했던 그 식물공장으로 조금씩 진화하는 중이다.

 

 

 

축산분야에서도 로봇착유기가 네덜란드로부터 도입된 후 국산화되었고, 자동 급이 로봇 등 자동화 장비가 꾸준히 확산된다. 충남 홍성에 자리 잡은 성우농장은 새롭게 신축하는 축사에 클라우드 기반의 빅데이터 수집 시스템 도입을 시도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일만 두를 넘게 생산하는 비육돈 전용 돼지농장의 운영인력은 불과 2~3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무인화 농장에 빠르게 접근하는 것이다. 요즘 같은 고용절벽 시대에 과연 바람직할까? 안타깝게도 돼지농장에서 일할 젊은이들이 없다는 농장주의 한탄도 흘려들을 수만은 없다.

 

 

반면에 청년들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데 더 큰 재능을 보인다. 농업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한다. 기술과 자본 축적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첨단 자동화 농장보다는 농업을 새롭게 해석하고 소비시장의 트렌드를 만드는 일에 집중한다. 그중 몇 개를 소개한다.

 

가. 록야

 

꼬마 감자라는 아이템으로 제1회 농식품 벤처창업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팀이다. 록야는 감자 씨앗을 감자재배 농가들에게 공급하고 농가들이 생산한 감자를 수매한 후 식품업체에 납품하는 것을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한다. 2016년에는 연매출액은 60억 원을 넘었고, 올해는 13명을 고용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록야는 감자 생산의 전 과정에 대해 기술적 노하우를 축적하고 전국 각지의 우수한 가공용 감자 계약재배 농가를 보유함으로 고품질의 감자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다. 최근에는 벼 육묘장을 활용한 꼬마감자 재배 기술을 새롭게 시도한다. 한입에 먹는 작은 감자의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비용 효과적으로 생산할 체계를 자신들만의 노하우로 만들어 간다.

 

나. 에코맘

 

아기들을 위한 유기농 이유식을 만드는 회사이다. 소설 『토지』의 무대로 유명한 경남 하동 평사리 들판 인근에 위치한 에코맘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농산물과 해산물을 이용해 이유식을 만든다. 이 회사의 특징은 지역의 농업인들이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을 원료로 도시민들이 소비하는 제품, 즉 이유식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신선하고 안전한 지역 농산물로 만든 이유식, 영유아 반찬, 간식 등 유아식품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이 도시와 동떨어진 농촌에 자리를 잡았을 때 많은 사람은 일단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에코맘은 그런 우려를 말끔히 날려 버렸다. 더군다나 저녁에 생산해 다음 날까지 이유식을 집으로 배송한다. 우리나라의 효율적인 택배 시스템과 새롭게 개발한 이유식 포장재 덕분에 가능했다.

 

 

 

젊은 인력을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불식시켰다. 전원에서 생활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은 많다. 2015년에 18명이던 직원은 2017년에는 33명으로 늘어났고, 설립 5년 만에 매출은 15억 원으로 늘어났다. 벤처캐피털로부터 1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사업은 꾸준히 성장한다.

 

농촌과 도시를 이어주는 사업모델을 성공시켰다는 것 이외에도 에코맘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에코맘이 성장할수록 혜택을 받는 지역 농가들이 늘어나고, 소멸해가는 농촌의 인구도 증가한다. 지자체별로 많은 예산을 들여도 성과가 잘나지 않던 일을 작은 기업이 해나간다.

 

다. 정육각

 

카이스트 출신 청년들이 돼지고기 유통에 뛰어들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정육각은 이미 레드오션인 돼지고기 유통에 뛰어들면서 초신선육이라는 카테고리를 새롭게 만들었다. 보통 대형마트에서 냉장육은 진공포장 상태로 7-45일 동안 판매된다. 반면에 정육각은 도축 후 1-4일 이내 고기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잡았다.

 

돼지고기 유통이라고는 모르는 청년들이 과연 도축부터 복잡한 유통단계에 걸리는 시간과 어느 정도 숙성되어야 맛이 난다는 기존의 관념을 깨뜨릴 수 있을까? 사실 많은 사람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를 위해 정육각은 돼지고기 유통에 기본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을 과감하게 줄였다.

 

 

 

도축단계 1-2일, 이후 3일 정도 영하 4℃-0℃ 사이에서 안정화를 시키는데, 정육각은 이 과정을 생략했다. 안정화 단계가 사라지면서 돼지고기를 깔끔하게 자르지는 못하지만, 더 빠르게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외에도 공대생들답게 공장자동화를 통해 인건비 비중을 매출 대비 10%까지 낮추었고(기존은 30% 수준),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해 주문과 상품 준비, 배송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했다.

 

소비자들은 초신선육에 반응할까? 일반적으로 고기는 숙성을 시켜야 더 맛있다는 인식을 바꿀 수 있을까? 어쨌든 그들은 숨은 수요를 새로이 발굴하고 돼지고기 유통에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유명 엔젤투자가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또 주변의 여러 멘토로부터 소량 주문에도 돼지고기를 도축해 줄 도축업체를 소개받는 등 잘 갖추어진 벤처지원 인프라도 적절히 활용했다. 과연 돼지고기 유통의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기대를 가지고 지켜본다.

 

4. 마치면서

여러 미래학자가 예측했듯 농업의 미래를 상상해본다면 스마트 팜이 빠질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좀 더 심하게 농업의 미래를 상상할 때 스마트 팜을 먼저 떠올린다. 파프리카, 오이, 토마토 등 과채류를 재배하는 대규모 유리온실은 기본적인 환경제어 시설이 함께 설치된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타이머에 의한 작동이 아니라 환경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제어되는 스마트 온실로 빠르게 전환된다.

 

우리 정부에서도 발 빠르게 스마트팜 시대를 준비한다. KIST가 중심이 된 연구팀은 강릉에서 300억 원 규모의 첨단 스마트팜 실증 R&D를 추진 중이고,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는 스마트팜을 위한 시설·기자재 검증 기준을 마련하고 검인증 체계를 설치 중이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미국이나 싱가포르의 예에서처럼 대규모 에어로팜과 같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를 찾아보긴 힘들다. 아직 컨테이너를 활용한 기술 시연 수준에서 머물고, 도시농업도 아직은 옥상 텃밭 정도의 개념에서 멈추었다. 정밀농업은 오랜 R&D 역사에도 아직 본격적인 현장 적용 단계로 나가진 못했다. 규모의 경제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렇지만 소비자 농업 측면에서는 일부 성과를 축적했다. 정육각과 에코맘의 사례에서 보듯이 소비자의 숨은 기호를 찾아 신기술을 접목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낸다. 유명 셰프와 일부 대학교수를 중심으로 까다로운 소비자 운동이 전개되는데, 이런 경향이 심화할수록 소비자 농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새롭게 농업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회사는 대부분 스타트업이다. 존 디어처럼 기존 기업도 새로운 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나라 역시 농업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강하게 드라이브한다. 그렇지만 외국의 농식품 벤처와 달리 우리나라는 ICT나 바이오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이 그리 많지 않다. 더군다나 미래 농업기술의 가장 핵심이 될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는 농업 분야에 남은 숙제다.

 

또 하나 극복해야 할 과제는 규모의 경제성이다. 농업의 기술집약도가 높아지면서 초기 투자비용이 증가하지만, 투자 대비 수익구조는 어떻게 만들어 낼지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난항을 겪는다. 결국 대규모 투자가 집중된 시설농업에서는 수출 중심의 사업구조를 가져갈 수밖에 없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R&D 투자만큼 많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R&D 투자 효율성 역시 지속적으로 지적되는데, 이 역시 국내의 기술시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글로벌 관점에서 미래의 농업기술 발전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미 수많은 스타트업에 투자되는 추세를 보면 명확히 예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농업의 미래 트렌드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 기술 그 자체보다는 그 기술이 가지는 시장규모의 확장과 소프트웨어 개발 등 필수 인력의 유입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농업기술 투자의 규모화와 함께 시장 확보를 위한 글로벌 진출이 연계될 때 미래 트렌드로부터 소외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농업 기관에서 야심 차게 추진하는 해외 농업기술 테스트베드 사업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수출과 수입이라는 닫힌 구조의 관점이 아니라, 최소한 동남아시아 국가까지 농업 가치사슬 확장이라는 전향적인 접근방법이 미래에는 더 유효할지도 모른다.

 

그럼… 농업이 제조업이 될 수 있을까? 아마도 우리가 농업으로 부를만한 분야는 점점 더 제조업처럼 변해갈 것이다. 그럼 제조업처럼 되어야 할까? 우리가 대외개방 경제를 표방하는 이상 우리가 선택할 부분은 크지 않다. 달리는 자전거처럼 멈추면 넘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바꾸고 지킬 수 있는 부분도 여전히 많다. 농업은 스펙트럼이 무한히 넓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상상력으로 그 틈을 함께 채워나가면 좋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해본다. 아직 우리 농업 영토는 무한하다.

 

[출처] 농업이 제조업이 될 수 있을까? (툴젠 주주 모임) |작성자 무지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