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v.media.daum.net/v/20160708094545908
백년을 생갹한 집 짓기
출처 : [미디어다음] 인테리어 / 글쓴이 : 월간 전원속의 내집에서 가져온 글 입니다.
집을 짓기 위해 다년간 공부한 똑똑한 건축주와 정교한 일본의 기술력이 만나 완성한 집에 대한 보고서.
전체 매스를 감싸는 미색의 바탕이 청고벽돌, 적삼목, 조경과 어우러져 유행을 타지 않는 외관을 구현한다.
“그때는 다 그랬다지만 어릴 적 참 없이 살았어요. 그때 소원이 비 오는 날, 비를 맞지 않고 세수할 수 있는 집에서 사는 것이었죠. 아파트 사는 집 애들 얼굴이 그렇게 깨끗해 보이더라고요.”
그때부터였을까. 아마 건축주에게 집짓기란 숙명이기도 하고 사명이기도 했을 것이다. 본인은 어렵게 자랐기 때문에 적어도 아이들만큼은 안전하고 따뜻한 생활을 물려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여기가 우리 집이야’ 라고 누구에게라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집이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출가한 이후에도 언제든 찾아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
그러다 보니 판교에 터를 잡은 건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교통이 편리하니 아이들이 어디에 자리를 잡더라도 접근성이 좋고, 편의시설이 가까워 생활의 불편함도 없으면서 단독주택지구에 들어서면 전원생활의 분위기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땅을 구입하고 이제 어느 회사에 집을 맡길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판교는 ‘주택 전시장’이라 불릴 정도로 건축가, 시공사들이 본인들의 기량을 뽐내는 건축 경쟁지역이다. 한눈에 이목을 끄는 화려한 집이 있는가 하면 담장이 금지된 지역이다 보니 외벽으로 꽁꽁 둘러싼 내부지향적인 집도 보인다. 단독주택의 모든 경우의 수를 만나볼 수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많은 후보 중 건축주가 선택한 업체는 ‘타니가와 코리아’였다.
내부와 외부의 완충공간 역할을 하는 포치. 집을 드나들 때 공간을 맞이할 여유를 준다.
이웃들과 간단한 대화를 하거나 차를 마시기에 더없이 좋은 외부 데크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성남시 / 대지면적 : 259.6㎡(78.52평) / 건물규모 : 지상 2층
건축면적 : 128.79㎡(38.95평) / 연면적 : 241.43㎡(73.03평)
건폐율 : 49.61% / 용적률 : 93.09% / 주차대수 : 2대 / 최고높이 : 9.6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줄기초, 지상 - 프리컷 중목구조
구조재 : 벽 - 제제목(편백나무, 삼나무), 지붕 - 제제목(삼나무, 미송)
지붕마감재 : 컬러강판 / 단열재 : 외단열 – 패놀폼보드, 중단열 - 셀룰로오스
외벽마감재 : 벽돌타일, 무절적삼목 사이딩, 파렉스 / 창호재 : 공간시스템창호 35㎜ / 조경 : 산수목
설계 및 시공 : ㈜타니가와 코리아 031-718-3551 | www.tg-k.co.kr
요리하기 편리한 ‘ㄷ’자 동선과 깔끔한 식탁이 돋보이는 주방 공간은 채광이 좋아 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2층 가족실의 한쪽을 평상처럼 만들고 온돌을 깔아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저희가 답사를 정말 많이 다녔어요. 모델하우스도 많이 보러 다녔고요. 판교에는 지어진 집보다 짓고 있는 현장을 많이 둘러봤어요. 거기서 타니가와 코리아가 일하는 방식을 봤어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꼼꼼하게, 실속 있게 작업하는 모습에 믿음이 갔죠.”
건축주는 평소 옷을 살 때도 다소 값이 나가도 최소 10년은 입을 수 있는 옷을 고른다고 한다. 하물며 집은 얼마나 더 신중했을까. 심지어 타니가와의 본사가 있는 일본 나가사키까지 방문해 일본에서 지어진 집들의 견고함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열의를 보였다.
대화를 한참 나누던 도중 벽에 걸려 있던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호안우보(虎眼牛步). ‘호랑이의 눈처럼 현상을 날카롭게 바라보고 소의 걸음처럼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집의 가훈이기도 한 이 사자성어는 건축주가 집을 지으며 견지한 태도이기도 했다.
“다양한 사례를 보되 설계에 시간과 공을 정말 많이 들였어요. 공부하고, 자료도 많이 드리니까 역설적으로 편하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모범생 건축주인만큼 요구했던 사항도 다양했다. 그는 두꺼운 다이어리에 쓴 것들을 읽어내려 갔다. 전기차가 대세일 수 있으니 외부에도 전기 콘센트를 둘 것, 부엌은 사람을 살리는 장소이니 구석진 곳에 두지 않을 것, 창은 적재적소에 작은 크기로 배치할 것, 미세먼지,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대비할 수 있게 실내 건조 공간을 넓게 둘 것, 주차는 개방형으로 할 것 등 양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마지막 말이 가장 인상에 남았다.
“건축가의 직관과 눈썰미를 믿어라. 그들이 전문가다.”
훗날 건축주 부부가 1층에서만 생활할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 현재는 손님방으로 사용한다. /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미닫이문을 달아 공간을 분리했다. 왼쪽 문을 열면 창고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숨어 있다.
내부에서는 외부의 먼 풍경이 보이지만 집 앞 도로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거실 창문의 위치를 조절했다.
INTERIOR
내벽마감재 : 실크벽지, 히노키루버 / 바닥재 : 원목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수입타일 /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가구 : 한샘 / 조명 : 중앙조명
계단재 : 물푸레나무 집성재 / 현관문 : 일레븐도어
방문 : 자작나무 합판도어 / 붙박이장 : 자작나무 붙박이장
데크재 : 멀바우 데크재
헤링본 패턴의 마루를 깔아 세련된 감각을 살린 자녀들의 공부방
세면대, 욕실, 샤워실을 모두 분리해 실용성을 높였다.
외관은 유행을 타지 않는 미색을 바탕으로 벽돌 타일, 적삼목 등으로 포인트를 주어 다채로운 입면을 만들고 지붕의 경사 방향을 달리해 균형감을 잡았다. 집 앞을 수놓은 오색빛깔의 꽃과 식재는 골목에 생기를 더해주고 넉넉한 규모의 포치에 벤치를 두어 이웃과 인사를 나눌 여유를 선사한다.
집 안은 전체적으로 우드톤과 화이트톤으로 구성해 환한 인상이다. 창을 크게 내는 대신 적재적소에 알맞은 크기로 두어 열효율을 높이고, 외부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창의 높이를 설정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도록 했다. 주 사용시간대와 동선을 고려하여 전체적으로 1층은 공용 공간, 2층은 개인 공간으로 배치해 활용도를 높이되, 나중에는 건축주 부부가 1층만 사용할 수도 있도록 다목적의 공간을 유연하게 배치했다.
이 모든 유연한 공간 구성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것이 타니가와 코리아가 자랑하는 프리컷 공법(시공포인트 참조)과 히노키의 강도와 내구성 덕분이다. 원목 히노키는 벌채 후에도 수령의 3배 기간 동안 강도가 높아지는데, 실제로 세계 최고(最古)의 히노키 목조건축물인 법륭사는 1,400년이 지난 지금도 현존하고 있다. 그야말로 백 년을 생각한 집을 위한 구조인 셈이다.
건축주가 꼽은 이 집의 제일 큰 장점은 쓰지 않는 공간이 없다는 점이다. 지하를 낼 수도 있었지만 구태여 쓰지 않고 관리하기만 버거울 공간은 처음부터 과감히 배제했다. 대신 손이 닿는 모든 공간은 쓸모가 있도록 구성했다.
아이들 역시 집에 대한 애착이 크다고 한다. 답사부터 아이디어 제안까지 모든 과정에 아이들이 참여해 자신이 사용할 공간을 직접 만드는 경험을 선물했다. 방이 복층으로 되어 있어 다락에 침실을 꾸민 것은 아이들이 낸 의견이라고.
- 시공포인트 -
프리컷 공법
프리컷(Pre-Cut) 공법이란, 목조주택의 기둥이나 보의 이음새, 맞춤을 종래는 수공구로 가공하던 것을 기계로 가공하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설계도의 정보를 컴퓨터로 읽어내 전자동 가공기계에 의해서 절삭함으로써, 정밀도 높은 기둥이나 보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타니가와 자사의 제재 공장과 프리컷 공장에서 직접 선별하고 책임 가공을 통해 완성되며 이 모든 공정을 일관 시스템을 통해 책임·관리·시공하고 있다.
프리컷 공법의 특징
프리컷 공법 공정 프로세스
01 자재 선별
02 목재 건조
03 기계 가공
04 가공 후 검사 및 출하 전 검사
05 자재 현장 반입
06 현장 조립
공부방과 침실이 분리된 아이들의 공간을 포함해 재택근무를 하는 아내를 위한 공간, 1층의 부모님을 위한 공간, 조카들을 위한 다락 공간 등 다양한 생활과 가능성이 반영된 도면을 보고 왜 남편을 위한 공간은 없냐고 현장 소장이 물었다고 한다. 그에 대한 대답이 아마 이 집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문장일 것 같다.
“제 공간은 없지만, 모두가 제 공간이기도 합니다. 가족들이 그 공간에서 행복하면 제가 제일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가족의 생활을 위해, 휴식을 위해 백 년이 지나도 끄떡없을 정도로 견고한 동시에 언제, 누가 와도 자연스럽게 생활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설계한 이 집에서 가족은 새로운 추억을 쌓아나간다.
취재_조성일 | 사진_최지현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7월호 / Vol.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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