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새댁에게 한마디 합죠. 입 짧은 신랑이 툭하면 엄마 손맛 타령이라고요? 저를 찜통에 딱 5분만 찐 다음 식으면 물기를 짜고 조물조물 무쳐 상에 내세요. 양념은 국간장(시어머니는 ‘조선간장’이라고 할 겁니다)과 다진 파·마늘, 깨소금이면 충분합니다. 마무리는 참기름 두어방울!
이것도 귀찮으면 저를 어슷 썰어 옅은 소금물에 10분쯤 담갔다 팬에 구워 주세요. 그런 다음 큼직한 접시에 돌려 담고 좋아하는 소스를 올리세요. 양념된장이나 양념간장도 좋고, 마요네즈·고추기름·살사소스 같은 외국 양념도 꽤 어울립니다.
주부 여러분께선 남편보다 애들이 더 걱정이지요? 더구나 저를 보고 “와, 맛있겠다!” 하는 애들이 없다는 건 저도 잘 압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마세요. 애들이 좋아하는 빵·치즈·소시지 등등을 곁들여 색다르게 요리해 보세요. 다리 달린 건 의자, 날개 달린 건 비행기 빼곤 다 먹는다는 중국 요리나 나중에 커서 소개팅할 때 자주 먹을 이탈리아 요리에도 제가 빠지지 않는다는 걸 넌지시 일러주면서요.
끝으로 우리 할머님! 내외분 모두 저라면 신물이 난다고요? 에이, 요샌 어르신들도 다 아십디다. 저의 짙은 보랏빛을 내는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가 암은 물론이요 시력저하나 백내장을 예방하는 데도 탁월하다는 것 말입니다. 요새 사람들이 ‘블랙푸드’라면서 검은콩·검정깨·블루베리·오디·오골계를 부쩍 찾는 게 그래서잖아요. 근데 생각해 보세요. 같은 까만색이면서 제일 싸고 먹기 쉬운 게 뭔지요.
더구나 어르신들 먹기에 저처럼 좋은 음식이 없습니다. 폭신폭신하니 씹을 것도 없지요, 고기와 함께 볶으면 맛도 일품이지만 단백질 보충에도 좋지요, 그러면서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처럼 몸에 나쁜 기름은 쏙 빼줍니다.
산부인과 전문의 홍영재 박사가 대장암과 신장암을 이겨낸 비결이 뭔 줄 아세요? 바로 접니다. 그이는 매일 아침 저를 쪄서 밥과 함께 먹었고, 결국 암을 물리쳤습니다.
잊지 마세요. 가지 많은 나무엔 바람 잘 날 없지만, 가지 많은 밥상엔 병이 올 일 없습니다.
▲ 가지토마토샌드위치
● 재료 = 가지, 새우, 양파, 소시지, 피자치즈, 올리브유, 소금, 후춧가루
● 만들기
① 새우는 머리와 내장을 빼고 손질하고, 양파와 소시지는 얇게 썬다.
② 가지는 2㎝ 두께로 어슷 썬 다음 한쪽 면에 올리브유를 뿌리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③ 가지를 180℃로 예열한 오븐에 15분간 구운 다음 꺼내 반대쪽에도 올리브유·소금·후춧가루를 뿌린다.
④ 간한 가지 위에 소시지, 양파, 새우, 피자치즈를 올린 다음 오븐에서 10~15분 굽는다.
▲ 가지카나페
● 재료 = 가지, 토마토, 로메인상추, 빵, 슬라이스치즈, 마요네즈, 머스터드소스, 식용유
● 만들기
① 가지와 토마토는 얇게 어슷 썬다. 로메인상추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턴다.
② 빵을 반으로 가른 다음 팬에 기름을 두르지 말고 살짝 굽는다. 치아바타나 바게트처럼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빵이 어울린다.
③ 팬에 식용유를 살짝 두른 다음 가지를 앞뒤로 굽는다.
④ 구운 빵 안쪽에 마요네즈와 머스터드소스를 바르고 로메인상추, 가지, 치즈, 토마토를 순서대로 올린 다음 빵으로 덮는다.
▲ 가지 요리
● 재료 = 가지, 소시지, 양파, 빵가루, 밀가루, 달걀, 소금, 식용유
● 만들기
① 달걀은 풀어서 소금으로 간한다. 소시지와 양파는 잘게 다진다.
② 가지는 2㎝ 두께로 어슷 썬 다음 중간에 칼집을 낸다.
③ ⑵에 밀가루를 뿌렸다 턴 다음 다진 양파와 소시지를 채운다.
④ 가지를 달걀물에 담근 다음 빵가루를 고루 입히고 턴다.
⑸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가지를 굴려가며 튀기듯이 굽는다.
◇참고도서=<홍영재의 젊은 생각>(홍영재 지음, 서울문화사), 사진제공=(사)한국가지생산자협의회.
손수정 기자 sio2so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