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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보부상 최재선씨 윌것을 지키는 사람 장돌뱅이

한아름정원 2011. 11. 29. 21:45

우리 것을 지키는 사람들 (15)

보부상 최재선씨<충남 청양>  

 

 

 

 

  최재선씨가 충남 청양시장에서 옛날 보부상 복장으로 비단 등짐을 선보이고 있다.

“장터서 사람 만나면 재밌잖유”

 

 텔레비전 사극 속 장터 장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들이 있다. 머리엔 목화송이가 달린 패랭이를 쓰고 등에는 봇짐을 멘 채 장을 분주하게 누비는 그들. 바로 보부상(褓負商)이다. 보부상은 생산자에게서 물건을 떼다 지방 시장을 돌아다니며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파는 행상인이다. 보상(봇짐장수)은 부피가 작고 값비싼 금붙이나 화장품 따위를, 부상(등짐장수)은 부피가 크지만 값이 덜 나가는 소금·나무그릇·가마솥 등 생활용품을 팔았다. 이들 보상과 부상을 합쳐 보부상 또는 부보상이라고 불렀다.

 교통의 발달로 인해 사실 요즘 보부상과 일반 시장 상인의 차이는 크지 않다. 보부상들은 상무사라는 자조적인 모임을 통해 1년에 한두번씩 선배 보부상들의 넋을 기리는 제사를 지내고, 기본적인 상도의를 지키며 상행위를 하는 정도다. 

 최재선씨(51·충남 청양군 청양읍)는 ‘원홍주 육군상무사’에서 대를 잇는 보부상으로 손꼽힌다. 원홍주 육군상무사란 홍성의 옛 이름인 홍주를 중심으로 하는 여섯개 고을(六郡)의 보부상 단체라는 뜻이다. 현재 100여명의 회원이 속해 있지만 고령화되면서 실제로 활동을 하는 사람은 15명 남짓이다.

 최씨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종묘상 보부상을 한 지도 12년째. 씨앗이 잘 팔리지 않는 가을과 겨울에는 도라지·잔대·구기자·가시오갈피 따위의 약초를 떼어다 판다. 아버지 최성덕씨(2000년 작고)는 상무사의 우두머리인 접장을 세번이나 지내며 다른 보부상들로부터 존경을 한몸에 받았던 인물이다.

 ‘현대판 보부상’ 최씨는 양발이 아닌 트럭을 이용해 이동한다.

한번 나가면 보름에서 석달까지 전국을 돌아다니다 돌아오던 과거와는 달리 자신의 점포를 거점으로 인근 시장 네댓군데에 나간다. 그가 청양시장에 있는 자신의 점포를 지키는 것은 일주일 중에 하루나 이틀뿐. 1일·6일엔 홍성장에서, 3일·8일엔 대천장에서, 4일·9일엔 광천장에서, 5일·10일엔 당진장에서 그를 볼 수 있다.

 “장날 시장에 가면 이 사람 저 사람 만나서 막걸리 한잔하는 재미가 있잖아유. 백날 우리 가게 있어 봤자 어울릴 사람이 있간? 다 자기 장사 하느라 바쁘쥬.”

 물건을 파는 방식은 다른 상인들과 비슷하지만 현대판 보부상으로서 그만의 철칙도 있다. 차를 세워 놓은 채 물건을 팔지 않는다는 것. 옆 상인에게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시장 손님들도 시야가 가로막혀 답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년 동안 매일 물건을 꾸리고 풀어 놓은 만큼 1t트럭의 물품을 꺼내 ‘진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30분 남짓. 좌판을 정리할 때에는 오후 4시쯤부터 가장 안 팔리는 순서대로 하나씩 거둔다.

 그러나 최씨 같은 보부상의 미래는 어둡다. 시장 상인들의 가입이 없는 건 물론이고 외부에서 ‘장돌뱅이’의 노하우를 배우려는 사람도 없기 때문.

그래도 한대(代)는 더 계속되지 않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씨가 충청도 사람 특유의 넉살로 대답했다. “아 그때까지는 모르쥬~. 지금도 모르는데 나중을 어떻게 안대유~!”    ☎011-9402-5484.  청양=김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