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나가면 보름에서 석달까지 전국을 돌아다니다 돌아오던 과거와는 달리 자신의 점포를 거점으로 인근 시장 네댓군데에 나간다. 그가 청양시장에 있는 자신의 점포를 지키는 것은 일주일 중에 하루나 이틀뿐. 1일·6일엔 홍성장에서, 3일·8일엔 대천장에서, 4일·9일엔 광천장에서, 5일·10일엔 당진장에서 그를 볼 수 있다.
“장날 시장에 가면 이 사람 저 사람 만나서 막걸리 한잔하는 재미가 있잖아유. 백날 우리 가게 있어 봤자 어울릴 사람이 있간? 다 자기 장사 하느라 바쁘쥬.”
물건을 파는 방식은 다른 상인들과 비슷하지만 현대판 보부상으로서 그만의 철칙도 있다. 차를 세워 놓은 채 물건을 팔지 않는다는 것. 옆 상인에게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시장 손님들도 시야가 가로막혀 답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12년 동안 매일 물건을 꾸리고 풀어 놓은 만큼 1t트럭의 물품을 꺼내 ‘진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30분 남짓. 좌판을 정리할 때에는 오후 4시쯤부터 가장 안 팔리는 순서대로 하나씩 거둔다.
그러나 최씨 같은 보부상의 미래는 어둡다. 시장 상인들의 가입이 없는 건 물론이고 외부에서 ‘장돌뱅이’의 노하우를 배우려는 사람도 없기 때문.
그래도 한대(代)는 더 계속되지 않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씨가 충청도 사람 특유의 넉살로 대답했다. “아 그때까지는 모르쥬~. 지금도 모르는데 나중을 어떻게 안대유~!” ☎011-9402-5484. 청양=김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