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은 열심히 농사만 지어라.
판매는 협동조합이 책임지겠다.”
50년 역사의 농협중앙회가 개혁의 첫걸음을 뗐다.
4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상정 뒤 1년3개월을 끌어온 농협법 개정안을 막판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최인기 위원장(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여야의 한목소리 압박에 기획재정부·농식품부 및 농협중앙회가 어렵게 타협안을 마련한 것이다.
지금까지 농협은 조합원의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팔아주는 본연의 경제사업을 소홀히 한 채 우선 돈되는 신용사업에 매달리는 행태를 보였다.
전체 직원의 76%(1만3665명)가 신용부문에서 일하면서, 협동조합인지 은행인지 정체성을 알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조합원들 또한 수확한 농산물을 조합에 맡겨야 한다는 인식이 약해, 중간상인이
한푼이라도 더 준다 하면 조합을 팽개치고 곧바로 출하처를 변경하곤 했다.
밭떼기 산지수집상이 배추 가격을 주무를 수 있었던 것
또한 조합이 제구실을 못했고 농민이 조합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농협법 개정안의 뼈대는 농협중앙회 아래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를 세우는
신·경 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다.
그렇게 해서 농민이 판매를 걱정하지 않도록 경제사업을 활성화하고 신용사업은 신용사업대로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 정부와 농협 쪽의 논리였다.
실제로 막판 타결 과정에서 경제사업 강화 내용이 상당히 확충됐다.
자산실사를 끝낸 시점의 농협중앙회 자본금 30%를 경제사업에 우선 배분한다는
가시적인 ‘알맹이’를 담은 것이 가장 큰 성과이다.
경제사업의 자본금 규모가 지금의 2715억원에서 4조~5조원으로 20배 이상 확충되는 셈이다.
경제지주 설립을 통해 협동조합 소유와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회사 경영의 효율성을 기하는 조직의 틀을 갖출 수 있게 됐다.
또 당장은 중앙회의 경제사업과 경제지주로 이원화해 운영하기로 했으나 규모화와 통합의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5년 안에 경제지주 쪽으로 모든 경제사업을 이관하도록 못박았다.
금융지주에서 경제사업 지원을 위해 건너가는 자금에 대해서는 지금 수준 이상의 부담이 가지 않도록 세금 혜택을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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