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따라 떠나는 풍경(風景)
비안개속에 빠진「자라섬」은 인적이 드물었다. 강건너「남이섬」은 비속에서도 일본관광객으로 분산했지만, 「자라섬」은 아직 처녀지로 자연의
순수함이 그대로 남아 있어 좋았다. 아득한 그 섬을 그저 발길 가는 대로
걸었다. 비속에 빠진 아름드리 버드나무숲이 한폭의 영화장면이었다.
대충「자라섬」을 구경하고 주차장으로 가니, 남춘천행 버스가 막 출발 할려고 했다. 비는 계속 쏟아졌다. 버스에 몸을 싣고 남춘천에 도착하니, 바로「김유정역」으로 가는 버스가 있었다. 다시 그 버스에 몸을 맡겼다.
버스가 남춘천역을 벗어나자 길들은 강원도 시골길이 이어졌다. 도로변에는 아직 시퍼런 나락들이 무성하고,밭에는 무더기 무더기 노란 호박꽃이
피고 때론 애호박이 달려 있다. 며칠간 계속된 폭우로 시골길들이 패이고 끊어져, 버스가 좌충우돌하며 겨우 달렸다. 황토 빗물이 길을 실종시켜 버스 기사가 애를 먹기도 했다.
「 차장으로 보이는 빗속 풍경이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다. 초가집 마당에 핀 봉숭화 꽃, 꽐~꽐 거리며 흐르는 황토물 소리, 한길이 넘게 자란 토란대잎에 뒤뚱거리는 하얀 빗방울들, 먹기와집 토담에 피어난 연붉은 원추리꽃과 그리고 밭둑에 하늘 높이 서 있는 짙푸른 옥수수 대궁 대궁들ㆍㆍㆍ.」
남춘천역을 출발한 버스가 한 시간 정도 지나「김유정역」에 도착했다.
열차역이름이 한 소설가의 이름을 붙인 것은 이 역사驛舍가 처음이라고 한 다. 일제시대에 만든 이 역은 처음 「신남역」이라 불려졌으나, 소설가 전상국 강원대 교수님이 오랫동안 춘천시청 그리고 철도청과 이야기를 하여 2004년 12월 1일부터「김유정역」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비를 맞고 있는 역사가 조촐하고 아담했다. 점심시간이 한참을 지나서인지 배속에서는 난리였다. 역사 맞은편에 보니「장터」라고 허름한 간판을 붙인 토담집이 보였다. 아침부터 시작된 비가 줄기차게 억수로 쏟아진탓인지, 허기도 졌지만 온몸이 한기로 어슬어슬 했다.
작고 허름한 식당안은 생각과는 달리「김유정문학촌」에 구경 온 가족단위 손님들로 가득했다. 가까스로 한쪽켠에 자리를 잡고 막국수와 동동주 시켰다. 손수 만든 메밀막국수와 동동주가 일품이었다. 대충 허기를 채우고, 한 오분정도 걸어가니「김유정 문학촌」이 한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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