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데, 왜 자식이 보고 싶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방심하면 축산업이 무너질수 있기에 서울에 있는 자식에게 고향에 오지 말라고 했어요
홍종원 이장(63·강원 강릉시성산면 위촌리)은 “마을에 185가구가 소 400마리를 기르고 있어 부득불 자식의 고향 방문을 말렸다”며 “지금은 주민들이 똘똘 뭉쳐 구제역을 막는게 더 급하다”고 말했다. 구제역은 위촌리마을의 430년이 넘는 전통도 바꿔 놓았다. 주민들은 조선 중기인 1577년 부터 대동계를 조직한 이후 지금까지 설 다음날 마을 전승회관에 모여 촌장과 어른께 합동세배를 하는 ‘도배식(都拜式)’ 행사를 구제역 확산 기세로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위촌리뿐 아니라 시골마다 어른께 드리는 합동세배는 물론 동창회나 윷놀이 등의 행사도 줄줄이 취소될 전망이다. 또 농협 여성조직 등이 여성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해 오던 설 음식만들기와 예절교육 등도 아예 갖지 않기로 하는 등 구제역이 설풍속도를 확 바꿔 놓고 있다.
지자체마다 설 명절 고향방문 자제 요구가 잇따르자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는 수도권 주민들은 고향 대신 서울 인근 리조트 등에서 명절을 보내는 신풍속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또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인구도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설을 외국에서 보내는 문화도자리잡을 전망이다.
두달 넘게 이어진 구제역은 설연휴기간이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이면서 이번 설은 ‘구제역
설’이 될 전망이다. 전남도는 구제역 청정지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명절 기간에 가급적 귀향을 자제해 줄 것을 전국 호남향 우회에요청했다. 제주도도 축산관련 생산자단 체장이 자발적으로 “설 명절 민족 대이동으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의 무차별 확산이 우려된다”며 “이번 설에는 귀향을 자제하는 것이 제주 경제를 지켜 내는 일임을 인식해 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한 데 대해 적극지지를 보내고 있다.
구제역으로 추위와 축산 농가의 아픔을 함께 견뎌 내고 있는 공무원들은이번설에방역으로 온 몸을 던지는 모습도 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드문 설 풍경이다. 전북도는 명절 연휴에 다른 지역 친인척의 방문으로 인한 농가의 차단방역 취약점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발생지역 친인척 방문 자제를 요청하는 한편 시·군의 방역추진 상황을 매일 점검할 계획이다.
명절만이라도 북적였던 시골 5일장이 썰렁해진 것도 달라진 설 모습이다. 농사를 지으며 잡화를 판매하는 김분선씨(71·여·경북 청송군)는 “장 보러 오는 사람보다 물건을 파는 사람이 더 많다. 올 설대목은 기대하기 어렵게됐다”고 한숨을 지었다.
최인석 기자 ischoi@nongmin.com
“고향 내려오지 말아라” … 합동세배·윷놀이 취소
“설 귀성객, 방역에 적극 동참하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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