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닷컴ㅣ세부(필리핀)=이명구·임근호기자] 이렇게 커질 일은 아니었다. 필리핀 세부 현지에서 3일간 취재한 결과 신정환은 스스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조금만 냉정했다면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올 수 있었고, 조금만 현명했더라면 거짓해명 논란에 시달릴 필요도 없었다.
결론부터 말해 신정환의 도박은 사실로 드러났다. 총 1,000만 페소(기준환율 27원, 이하 기사 내 현지환율 30원 적용), 우리돈으로 약 3억 원의 돈을 빌렸다. 그 중 1억 원은 갚았고, 2억 원은 빚졌다. 뎅기열(DENGUE)은 자작극으로 확인됐다. 세부닥터병원에서 신정환의 입원 진단서를 단독 입수한 결과 모든 게 정상이었다.
물론 국내에 잘못 알려진 소문도 있었다. 예를 들어 중국인에게 1억 원 이상을 빌려서 못 돌아 온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돈을 빌린 창구는 일관됐다. 또한 연예인 A,B씨와 함께 도박을 했다는 소문도 실제와 달랐다. 여권을 뺏겨 움직일 수 없다는 루머도 와전된 부분이 있었다.
인기 방송인에서 도박파문의 주인공이 된 신정환. 그는 왜 인생의 마지막 베팅에 올인했을까. 스포츠서울닷컴은 지난 9일 세부 현지를 찾아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계기를 추적했다. 현지카지노와 대부업체 관계자, 병원과 현지 교민, 그리고 당시 목격자를 찾아 신정환의 10일을 뒤쫓았다.
◆ 사업구상차 찾은 세부
'꿀' 같은 휴가가 '독'이 된 건 우연이었다. 추석 특집극 녹화를 앞두고 생긴 일주일의 공백. 신정환은 사업구상차 선배 2명과 함께 세부를 찾았다. 세부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준 건 함께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했던 모 씨다.
지난달 27일 세부에 도착한 신정환 일행은 세부 시내에 있는 워터프론트호텔 카지노를 찾았다. 오랜만에 얻은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그야말로 심심풀이 바카라를 했다. 하지만 게임이 반복되자 심심풀이는 없었다. 신정환은 대부업체 관계자를 만나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익명을 요구한 카지노 관계자는 "처음에는 1,000만 원을 빌리고, 나중에는 2,000만 원을 빌렸다. 그렇게 쌓인 돈이 1억 원이었다"면서 "따다 잃다를 반복했지만 결국에는 1억 원을 다 날렸다. 함께 온 선배는 돈을 따서 먼저 떠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 갚고, 빌리고, 쌓이고
1억 원의 빚을 지고 혼자 남게 된 신정환.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 송금을 받아 빚을 해결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신정환은 그 때 세부를 떠났어야 했다. 그랬다면 방송을 펑크내는 일은 없었다. 속은 쓰렸겠지만 혼자만의 비밀로 묻어둘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욕심이 문제였다. 1억 원의 빚을 갚은 신정환은 미련(?)하게도 본전 생각을 했다. 이에 다시 돈을 빌렸다. 이 때 맡긴 것이 여권이다. 돈을 못갚아 여권을 뺏긴 게 아니라 돈을 빌리기 위해 여권을 담보로 한 것이다.
카지노 관계자에 따르면 신정환은 다시 빌린 돈으로 꽤 많이 복구했다. 처음 날린 돈을 찾고도 더 벌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바카라는 시간이 천적, 오래할 수록 손해를 보는 게임이다. 결국 신정환은 처음 빚 1억 원은 갚았지만 다시 2억 원을 더 빚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 신기루처럼 사라진 2억
도대체 얼마나 큰 규모의 베팅을 했길래 2억 원이라는 돈을 다 날렸을까. 신정환은 세부닥터병원 응급실을 찾기전까지 베팅에 올인했다. 2군데 카지노를 이용한 것. 처음 찾은 곳이 워터프론트 세부시티 카지노고, 다음으로 자리를 옮긴 곳은 워터프론트 막탄 카지노였다.
취재팀이 호텔 카지노 VIP 룸에서 확인한 결과 규모가 큰 테이블의 경우 미니멈이 1만 5,000페소(45만 원), 맥시멈이 50만 페소(1500만 원)이었다. 뱅커와 플레이어의 싸움으로 1분 안에 끝나는 바카라의 특성상 베팅이 어긋나면 순식간에 1억 원 이상 잃을 수 있다.
막탄 카지노에서 신정환을 봤다는 한 목격자는 "신정환의 베팅은 최소 5만 페소(150만 원)였다. 때로는 30만 페소(900만 원)를 찍기도 하고, 열받으면 최대 50만 페소(1,500만 원)까지 걸었다"면서 "그 규모의 베팅으로 2억 원을 잃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다"고 귀뜸했다.
◆ 막다른 길, 선택은 거짓말
신정환이 약 3억여 원의 돈을 날리는 동안 그가 출연하기로 한 추석 특집극은 펑크가 났다. 국내에는 이미 그가 세부에서 도박을 했다는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한국으로 돌아가기엔 일이 커질대로 커진 상황. 신정환은 결국 거짓해명을 만드는 우를 범했다.
신정환이 국내 미복귀 이유로 댄 핑계는 현지 풍토병의 일종인 뎅기열. 신정환은 7일 현지 지인의 도움으로 세부닥터병원 응급실에 들어갔다. 이어 12시 7분(한국시간 1시 7분) 뎅기열 인증샷을 찍었고, 다음날 팬카페에 올렸다.
그러나 현지 확인 결과 모든 것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세부닥터병원 응급실 관계자는 신정환의 인증샷을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다. 뎅기열과 아무 상관없는 검사"라면서 "우리 병원에서는 뎅기열 환자에게 저런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 진단서 단독입수, 결과는?
취재팀은 10일 세부닥터병원에서 신정환의 입원내역을 확인했다. 우선 응급실 기록카드에 따르면 신정환은 정확히 7일 오전 11시 20분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간단한 피검사와 소변검사 등을 마친 뒤 퇴실한 시간은 오후 12시 45분. 이후 일반실로 자리를 옮겼고, 다음날 퇴원했다.
본지는 좀더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당시 신정환이 입원한 병원기록, 즉 공식적인 진단서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진단서에 기록된 신정환의 몸 상태는 노멀. 지극히 정상이었다. 각 항목별 검사에서 정상치를 초과한 부분은 단 하나도 없었다.
세부병원 관계자는 "이 환자가 정말 뎅기열 환자가 맞냐"면서 "진단서 상으로 환자는 특별히 아픈 곳이 없다. 모든 부분이 다 정상이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서 공식적으로 뎅기열이라 진단내린 적도 없다. 왜 그렇게 말했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덧붙였다.
◆ 스스로 찍은 발등, 근황은?
욕심이 화를 불렀다. 변명이 일을 키웠다. 단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스스로를 발등찍었다. 카지노 관계자는 "돈을 잃는 순간 이성도 함께 잃었다"면서 "돈이 떨어지자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1층 카지노까지 기웃거리며 만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소문이 안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신정환은 막탄섬 근교의 한 리조트에 머물고 있다. 돈을 빌려준 쪽도 일이 더이상 확대되기를 원치 않는 모습. 신정환이 한국에 돌아간다면 보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 신정환 스스로가 한국행 비행기를 타지 않으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신정환 측근은 "한국에 가면 바로 검찰 조사가 진행될 거라는 소문을 들었다. 스스로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또 가기도 싫다고 말한는 것 같다"면서 "아직 지켜주는 사람이 있어 무리없이 지내고 있지만 심적으로는 상당히 괴로워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피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결국 정답은 신정환 본인에게 달렸다. 역시 이번에도 정직이 최선의 방책 아닐까. 지금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시인해야한다. 그리고 팬들에게 사죄해야한다. 늦었다고 할 때가, 그래도 제일 빠른 법이다.
<사진ㅣ세부(필리핀)=김용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