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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자료/식물 이야기

LED 빛으로 농사 짓는다 (조선일보 2009.10.06) [펌]

한아름정원 2010. 7. 27. 18:28

홍성창 농진청 박사팀 연구
파장 긴 적색광·적외선 쫴 수확량 늘리고 해충도 쫓아
사람 몸에 좋은 성분 많이 나오게 할 수도

반도체로 빛을 내는 LED(발광다이오드)가 TV와 자동차, 컴퓨터를 넘어서 농업으로까지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LED를 참외에 비춰주면 수확이 늘어난다. 국화의 꽃 피는 시기를 조절해 상품성을 높일 수 있고, 해충을 쫓기도 한다. 농업(agriculture)과 광학(photonics)을 합성한 '농광학(農光學·agriphotoni cs)'이란 신조어(新造語)가 만들어질 정도다.

키다리 국화꽃 만들어

대부분의 식물은 광(光)인식 단백질인 '피토크롬(phytochrome)'을 통해 주요한 생육 작용을 조절한다. 예를 들어 식물이 봄, 여름 동안 키가 자라다 가을이 되면 꽃을 피우는 것도 피토크롬이 해 길이를 감지하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 홍성창 박사팀은 파장이 짧은 자외선에서부터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파장이 긴 적외선 사이에서 어떤 빛이 피토크롬에 가장 필요한지 연구했다. 해가 진 후에도 인공 빛을 쪼여 피토크롬이 작동하면 식물 생장이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홍 박사팀은 7년여 연구 끝에 들깨, 인삼, 참외에 적합한 빛을 찾아냈다. 가시광선 영역에서 파장이 긴 적색광과 적외선(赤外線)이 대부분 작물의 피토크롬 기능을 촉진했다.

 
LED를 사용해 야간에 붉은색의 빛을 들깨에 비춰 주면 광합성을 촉진시켜 수확이 증대된다(아래). 붉은빛이 포함된 백열등을 비춰줘도 (위) 수확은 늘릴 수 있지만 불필요한 다른 빛도 발산하기에 에너지 소모가 크다./농촌진흥청 제공

홍 박사팀의 연구는 LED의 출현으로 가속화됐다. 농업에서 사용하는 인공 조명은 모든 가시광선이 다 나오는 백열등이다.

특정 파장의 빛을 골라내기 위해 특수 필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 필름이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아 연구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반도체 원리로 빛을 발산하는 LED는 원하는 색깔의 빛만을 골라 낼 수 있어 연구에 안성맞춤이었다.

연구진은 해가 지고 나서 참외에 LED로 적외선 근처의 빛을 쪼여 줬더니 수확량이 25%나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토마토, 인삼도 적외선에서 좋은 효과를 보였다. 들깨, 딸기는 적색광에서 수확이 늘었다.

LED로 국화의 개화시기도 조절할 수 있었다. 국화는 자연상태에서는 키가 20㎝일 때 꽃을 피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90㎝ 정도 키에 꽃이 달려 있어야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연구진은 LED로 적색광을 비춰 국화가 70㎝까지 키만 자라게 했다. 그다음에 LED를 끄면 국화가 자연광을 받아 20㎝ 더 자라고 나서, 즉 키가 90㎝일 때 꽃을 피웠다.

에너지 관점에서 보더라도 LED가 효율적이다. 백열등은 식물 생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불필요한 빛까지 만들지만, LED는 꼭 필요한 빛만을 내기 때문에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홍 박사팀은 관련 기술에 대해 지난 달 중국에 특허 출원했다.

 

유용물질 늘리고 벌레는 쫓아

LED는 작물에서 인체에 유용한 성분이 많이 나오게 할 수도 있다. 미국 농무부의 스티븐 브리츠(Britz) 박사는 지난 6월 볼티모어에서 열린 '2009년 레이저와 전자광학 및 국제양자전자공학' 학회에서 "LED로 자외선을 만들어 상추에 쪼여 줬더니 항산화 물질이 늘어난 상추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상추에 들어 있는 항산화 물질은 자외선이 있어야 만들어진다. 자연에서 나오는 자외선은 한정돼 있다. 브리츠 박사팀은 LED를 활용해 자외선을 자연보다 더 많이 공급해 항산화 물질 생산량을 늘린 것이다. 특히 자외선이 약해지는 겨울에 브리츠 박사의 연구가 요긴하게 쓰일 전망이다.

LED를 활용하면 해충 방제 효과도 있다. 해충은 파장이 짧은 자외선 영역의 빛을 좋아하고 파장이 비교적 긴 노란색, 붉은색 영역의 빛을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 박사는 "사과, 배, 복숭아에 LED로 노란색 빛을 비춰줬더니 해충이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광기술원 김정헌 책임연구원은 "해충이 싫어하는 빛을 LED로 쪼여 주면 해충이 줄어 작황이 증진되는 효과가 있지만, 아직 노란색 빛을 내는 LED의 효율이 떨어져 이를 향상시키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LED를 농가에 대량보급하기 어렵다. 현재로선 농지 1000㎡ 당 필요한 LED 비용이 1000만원이 돼 경제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홍 박사는 "LED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조만간 우리 농촌 곳곳에서 LED 농사가 보편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