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방주, 어떤 나무로 만들었을까
8월 말까지 포천 평강식물원 ‘성서식물특별전’
이스라엘에는 성경에 나오는 감람나무가 없다. 키 작은 삭개오가 예수를 보기 위해 올라간 뽕나무는 돌무화과나무이고,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 군중들이 ‘호산나’를 외치며 흔든 가지는 종려나무가 아니라 대추야자나무였다.
성경에 등장하는 식물은 어떻게 생겼을까. 성서식물 123종 중 70여 종이 경기 포천의 평강식물원에 전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성서식물은 한국성경식물원의 박경선(56) 원장이 10여 년 동안 이스라엘에서 직접 공수해온 것. 지중해의 아열대성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을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성장시켜 왜소하지만 성서식물을 직접 만나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평강식물원 유리온실 앞에 위치한 500여평의 성서식물 전시장은 4개의 주제 아래 29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주제는 꽃과 식물로 쓰는 노아의 정원이야기. 노아의 방주를 만들 때 사용한 노페르 몇 그루가 따뜻한 햇살을 즐기고 있다. 노페르는 이탈리아 편백나무로도 불리는 사이프러스. 고흐의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으로 유명한 이 나무는 지중해 지역의 정원수로 인기 높다. 인류 최초로 포도주를 만든 사람이 노아라는 사실도 이채롭다.
두 번째 주제는 꽃과 식물로 쓰는 출애굽 이야기. 갈대 바구니에 담긴 채 나일강의 부들 숲에 버려진 모세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성경에 나오는 갈대는 종이 대신 사용했던 파피루스. 하나님이 모세를 만날 때 불 가운데 있었던 떨기나무는 산딸기와 비슷한 센나나무로 알려져 있다. 정결의식 때 사용했던 다년생 풀인 우슬초는 마요람으로 한국의 우슬초인 쇠무릎지기와 전혀 다른 식물이다. 탕자가 배를 채우려고 했던 쥐엄나무 열매는 하루빔나무의 열매. 하루빔나무는 한국의 쥐엄나무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종은 완전히 다르다.
종려나무도 성경에 자주 나오는 식물. 마라의 쓴물 사건 이후 이스라엘 백성은 종려나무 70그루가 있는엘림에서 진을 쳤다. 성경의 종려나무는 대추야자나무를 가리키는 말로 잎은 초막을 지을 때 재료로 쓰이고 열매는 설탕보다 달아 식용으로 이용된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설명할 때 꿀을 대추야자 시럽으로 해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에 종려나무는 중국과 일본이 원산으로 잎이 대추야자처럼 부챗살 형태이다. 성경에 수없이 등장하는 감람나무는 올리브를 말한다. 올리브가 중국 남부에서 자라는 감람나무와 비슷해 오역한 것이다.
성경에는 왜 이처럼 오역된 식물들이 많을까. 박경선 원장은 그 이유를 이스라엘과 생태환경이 다른 중국에서 성경을 번역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글 성경이 중국어 성경에 사용된 식물이름을 그대로 차용하면서 ‘삭개오의 뽕나무’처럼 전혀 다른 식물로 오역되었다고 한다.
잘 썩지 않고 단단해 성막의 기둥과 법궤의 재료로 사용한 싯딤나무 등을 선보이는 성서식물특별전시회는 8월 말까지 열린다. 이밖에도 평강식물원에는 이스라엘의 샤론평야에서 촬영한 야생화 사진과 세계기독교 박물관 주최로 다윗이 골리앗을 죽일 때 사용한 무릿매 등 성경 속의 사물(似物) 50여 점, 그리고 구지연 화가의 식물 세밀화가 전시되고 있다.
고층습지, 고산습원, 암석원, 습지원, 이끼원, 만병초원 등 12개 테마정원에 5000여 종의 희귀식물이 철따라 피고지는 평강식물원은 우리나라 최북단의 식물원. 올해는 예년보다 봄이 보름이나 늦어 짙은 분홍색의 털진달래 등 봄꽃이 뒤늦게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렸다 (031-531-7751).
포천=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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