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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의방주' 대홍수 기원전 2807년 일어났다는데… 사실로 확인

한아름정원 2010. 5. 11. 23:53
'노아의 방주' 대홍수 기원전 2807년 일어났다는데…
 
지난달 27일 외신들은 중국 - 터키 인 15명으로 구성된 기독교 계열 탐사대 '노아의 방주 국제전도단(Noah's Ark Ministries International)'이 '노아의 방주(方舟)'로 추정되는 목조 구조물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터키 동부 아라라트산의 해발 4000m 지점에서 나왔다는 '노아의 방주' 추정 물체는 기독교 구약성경 창세기에 노아와 그의 가족들이 세상 모든 짐승을 태운 뒤 대홍수를 견뎌냈다는 거대한 배다.

탐사대는 목재 표본의 탄소연대를 측정한 결과 기원전 2800년대로 노아 시대와 비슷하고, 동물 우리로 보이는 칸막이들이 나온 점을 들어 "100% 확신 못하지만 99.9%는 노아의 방주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 지구 어디에나 존재하는 홍수신화
홍수신화는 유태인이 정착한 근동(近東)은 물론 중국, 남미 잉카, 인도 에도 있다. 1872년 영국 대영박물관 앗시리아학 연구관이었던
조지 스미스는 메소포타미아지역에서 출토된 설형문자판을 해독하고 있었다.

설형문자란 기원전 4000년 무렵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살던 수메르족이 만든 쐐기처럼 생긴 문자로, 점토판에 새겨져 있다. 스미스가 읽던 점토판은 '길가메시의 서사시'라는 이름이 붙은 열한 번째 점토판이었다. 길가메시는 수메르족 신화의 영웅이다.

"…인간을 대홍수로 심판하기로 결심한 신들의 결정을 우트나피시팀이라는 사람이 알게 됐다. 그는 큰 배를 만들어 금과 은을 싣고 모든 생명체의 씨앗을 싣고 가족을 태웠다." 여기까지만 봐도 노아의 방주와 비슷하다.

이름만 '노아'에서 '우트나피시팀'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점토판은 다음처럼 이어진다. "엿새 밤낮 바람이 불고 폭풍우가 육지를 휩쓸었다. 햇빛이 나온 후 비둘기와 제비를 날려보냈지만 돌아왔다. 까마귀를 날려보내자 돌아오지 않았다. 우트나피시팀은 신에게 감사의 제사를 올렸다."

창세기보다 더 오래된, 게다가 구조적으로 노아의 방주와 흡사한 이교도(異敎徒)의 홍수 신화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스미스가 그 해 영국 성서고고학회에 보고한 논문은 유럽사회에 일대 혼란을 일으켰다.

인도 신화에서는 마누(Manu)가 작은 물고기를 살려주자 물고기가 홍수를 예고하고 배를 만들라고 말했다. 마누가 배를 만들자 대홍수가 시작됐고 물고기에 이끌려간 배는 히말라야 꼭대기에 닿았다. 살아난 마누는 신에게 기도해 여자를 얻어 인류를 이어나갔다.

남미 잉카문명에서는
페루 산속에 살던 목동형제가 등장한다. 가축으로 기르던 라마가 홍수를 예언하자 형제는 산꼭대기 동굴로 숨었다. 이어 몇 달 동안 폭우가 쏟아졌고 형제는 살아남아 물 빠진 육지에 살게 되었다.

중국 쓰촨(四川) 지역에는 사이가 나쁜 신들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고 이 와중에 신이 준 씨앗을 틔워 큰 박을 만든 남매 복희와 여와가 박을 타고 홍수를 살아남아 훗날 인류의 조상이 됐다는 신화가 전한다.

'구글 어스' 덕에 쉬워진 신화 연구
1980년대 중반까지 홍수신화는 단순한 전설 혹은 신화 그 자체로 다뤄졌다. '노아의 홍수'는 예외였다. 19세기 중반 성경을 고고학적으로 입증하려는 성서고고학이 발전하면서 노아의 방주를 찾는 노력이 확산됐다.

터키 아라라트산이 방주의 기착지라는 가설도 그 같은 학문적 성과의 하나다. 20세기 후반 지구상 신화들을 자연현상과 연결지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유사한 체계의 신화가 전지구대에 나타난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야는 지질학 분야다. 2004년 '충적세 충격 연구집단(HIWG)'이라는 모임이 탄생했다. 충적세는 빙하기 이후 지금까지를 지칭하고, HIWG는 이 시대 지질학적 현상을 연구하는 학자 모임이다.

지리학·지구물리학·
쓰나미학·토양학·고고학·신화구조학 등 분야도 다양하고 미국·호주·러시아·프랑스·아일랜드 등 국적도 다양하다. 이들은 구글(google)이 인터넷에 공개한 '구글 어스'라는 프로그램을 100% 활용했다.

상업용
인공위성이 찍은 고해상도 위성사진을 '누구나' '공짜로' '무한대'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이 프로그램을 돌려 전 세계 홍수신화를 분석했다. 4년 뒤인 2008년 이들이 내놓은 보고서는 기상천외했다.

인도양에 혜성이 떨어지던 날
이들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해안가를 따라 육지로 몇십km 들어간 지역에 V자형 지형이 존재한다. '셰브론(chevron)'이라 불리는 이 지형은 아프리카 남동부
마다가스카르 , 호주 , 유럽, 북미 대륙 등에서 발견됐다.

공통점이 있었다. ▲심해에서 볼 수 있는 화석과 해저지질 성분이 발견되는 점 ▲하나같이 바다를 향해 뾰족하게 V자 형태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또 3차원 위성 스캔 시스템을 이용해 인도양 해저에서 새 크레이터(crator)를 찾아냈다.

위치는 3800m 해저, 크기는 반경 29㎞였다. 이를 근거로 이들은 "거대한 혜성이 인도양에 추락해 높이 200m에 달하는 쓰나미가 발생해 지구 표면을 뒤덮어 대홍수로 이어졌다"고 추론했다.

이들이 충적세 이후 지구에 떨어진 혜성과 운석 충돌 지점들을 찾아낸 뒤 내린 결론은 이렇다. "충적세(1만년 이내) 어느 시기에 지구로 혜성 혹은 유성이 떼로 추락해 대재앙을 불렀을 가능성이 크고 그 전지구대적 경험이 홍수신화로 전승됐다."

홍수 터진 날은 기원전 2807년 5월 10일?
HIWG 멤버인 환경고고학자 브루스 메시는 수집된 지구상 175개 홍수신화의 공통점을 분석했다. 메시는 "신화의 절반에 폭풍우가, 삼분의 일에 쓰나미가 등장하고 대부분 허리케인과 어둠이 등장한다"며 "특히 이들 가운데 14개 신화에는 개기일식이 언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메시는 "모든 변수를 수퍼컴퓨터로 계산한 결과 전 세계 홍수신화의 출발점은 기원전 2807년 5월 10일에 벌어진 초대형 자연 재앙일 것"이라며 "바로 그날 인도양에 거대한 혜성이 추락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시기는 수메르족의 홍수신화 시대와 일치한다. 하지만 너무 과격한 추론에 "셰브론이든 크레이터든, 과학적 입증 없으면 가설에 불과하다"며 신중론을 펴는 과학자들도 있다. 종교인들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비난한다.

그 와중에 노아의 방주가 발견됐다는 뉴스가 나왔다. 중국-터키 탐사대는 지난달 30일 홍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이 찍은 동영상과 수습된 목재 파편을 공개하고 이 지역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박종인 기자 seno@chosun.com ]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