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카와 디카의 세상구경 블로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컴퓨터/IT · 과학

29일 종료된 주파수 경매에서 1.8㎓ 대역이 1조원에 가까운 가격으로 SK텔레콤에 낙찰됨에 따라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된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한아름정원 2011. 8. 29. 15:01

통신업계 "비용 지나치게 높다" 호소 …소비자 "요금 인상" 우려

 

 

 


방통위 "승자의 저주 우려는 과장, 요금 인상 걱정 없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 기자

29일 종료된 주파수 경매에서 1.8㎓ 대역이 1조원에 가까운 가격으로 SK텔레콤에 낙찰됨에 따라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된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또 1조원에 가까운 엄청난 주파수 대가를 지불한 통신사업자가 이를 요금에 전가할 경우 통신요금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시행된 주파수 경매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이 같은 문제점들은 일부 통신사업자들이 부풀린 측면도 있지만 개연성도 부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승자의 저주' 가능성은 통신사업자들이 과장한 측면이 강한 반면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통신요금 인상'은 국내 통신사업자들의 과거 행태를 볼 때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는 시각이 더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승자의 저주' 현실화하나 = 영국과 독일의 사례를 보면 주파수 20㎒폭에 대한 9천950억원은 그리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다.

영국과 독일 사업자들이 과거 경매에서 시작가의 54배, 매출의 2∼10배에 이르는 가격에 주파수를 낙찰받고도 지금까지 문제없이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여기에다 요금도 내렸다.

영국이 2000년에 시행한 주파수 경매에서 5개 사업자가 경매 대가로 연 매출액의 160∼230%를 지불했지만, 경매 이후 사업을 포기하거나 주파수를 반납한 사례는 없었다.

같은 해 독일에서는 6개 사업자가 경매를 통해 연 매출액의 163∼1천82% 수준의 대가를 내고 주파수를 할당받았고 이후 2개 사업자가 사업을 포기했지만, 이들은 신규 사업자들이었다.

국내에서 1.8㎓ 대역에 대한 낙찰가인 9천950억원은 SK텔레콤의 작년 매출액 12조5천억원에 견주면 8%, KT의 작년도 매출액 6조9천억원에 비해서는 14.4% 수준이다.

일각에서 SK텔레콤의 작년 영업이익이 2조원인데 만일 1조원에 주파수를 낙찰받는다면 연간 영업이익의 절반이 사라진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관계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

주파수를 낙찰받은 사업자는 3개월 안에 낙찰가의 25%를 지급하고, 나머지 75%는 10년에 걸쳐 균등 분할 납부하게 된다. 한꺼번에 1조원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KT와 SK텔레콤이 작년 이동통신 마케팅 비용으로 2조원, 3조원 이상을 투자했던 점을 상기하면 주파수 대가 1조원은 이들 통신사업자에게 큰 부담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SK텔레콤이 주파수 대가로 1조원 가까운 비용을 지출한다고 해서 엄청난 경영난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는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마디로 이른바 '승자의 저주'는 과장됐다는 얘기다.

◇높은 주파수 대가, 요금 인상 부를까 = 국내에 처음으로 주파수 경매제를 도입한 방송통신위원회는 주파수 대가와 요금인상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주파수 경매에서 막대한 주파수 경매비용을 치렀던 영국과 독일의 사업자들이 OECD 회원국보다 오히려 요금을 더 많이 내렸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방통위에 따르면 영국과 독일은 2000∼2010년 1분당 평균요금 인하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8.2%)보다 높은 8.5%, 10.1%를 각각 기록했다.

그러나 방통위의 이 같은 주장은 "영국, 독일의 사업자들이 주파수 확보에 막대한 비용을 치르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요금 인하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논리에는 설득력을 잃는다.

방통위는 또 사업자들이 함부로 요금을 올릴 수 없는 근거로 국내 규제제도를 내세운다.

방통위 관계자는 "요금 인하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고, 1위 사업자(SK텔레콤)에 대해서는 요금 인가제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사업자들이 쉽게 요금을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통위의 이러한 입장은 통신시장을 규제의 틀로 묶겠다는 낡은 사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다. 더구나 요금 인가제 폐지에 대한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온갖 이유를 들이대며 요금 인하에 인색했던 그동안의 통신사업자 행태에 비춰볼 때 방통위의 "요금 인상 걱정 없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다.

주파수 할당 대가가 높아질수록 통신사업자들은 이를 요금에 전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사업자들은 요금 인하 요인이 발생할 경우 주파수 할당 대가를 앞세워 가급적 요금을 덜 내리거나, 인상 요인이 있을 경우에는 더 많은 요금을 올리려 할 것은 불문가지라는 얘기다.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