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이 한마디가 딱이다. 놀이의 쾌감은 직접 해봐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캠핑도 그렇다.
팔딱팔딱 살아 있는 캠핑의 참맛을
독자들께 전달하기 위해<엔플러스> 팀이 직접 오토캠핑에 나서봤다.
“다음 호 엔플러스 1면을 빛낼 모델 가족은 또 어디서 구하냐?”
“부장님, 우리 팀이 직접 해보죠. 캠핑을 꼭 가족만 가란 법 있나요. 회사 동료들끼리도 갈 수 있잖아요.”
엔플러스팀의 민완 기자 김소영 기자의 제안에 모두들 쾌재를 부른 것은 당연한 일. 비록 신문 지면용 모델로 나서는 길이지만, 야외 나들이를 마다할 이는 아무도 없다.
이리하여 얼렁뚱땅 주섬주섬 준비해 떠나게 된 엔플러스팀의 1박2일 캠핑. 금요일 오후, 서둘러 원고마감을 끝내고 미니밴에 오른 기자들의 표정에 설핏 흥분이 감돈다. 평소 늘 무게를 잡고 있는 최준호 부장도 근엄기가 조금은 가셨다.
‘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 속의 흐르는 물 찾아’ 도착한 곳은 우리나라 휴양림 1호인 유명산자연휴양림(경기 가평군 설악면). 오토캠핑장에 짐을 부리고 나니 상큼한 숲 속 공기가 몸에 착착 달라붙는다.
다들 캠핑의 기억이 고릿적이라 텐트를 치는 데만도 한식경이 더 걸렸지만, 좌충우돌 낑낑대는 것도 즐겁다.
“자, 집 다 지었으면 이제 고기 구워야지. 어이, 김기자 불판 좀 올려봐. 내가 구울게.”
부장이 삼겹살을 굽는다? ‘허~얼!’ 상명하복의 시대를 살아온 최부장의 솔선수범에 다들 ‘깜놀’이다. 이 또한 캠핑의 힘이라면 힘이다.
국민메뉴 삼겹살도 캠핑장에서는 더 맛있다. 회사 근처 연기 자욱한 고깃집에서 쓴 소주 앞에 놓고 꾸역꾸역 집어넣던 삼겹살 하고는 질이 다르다. 마감 걱정, 야근 스트레스 없는 세상에서 먹는 고기는 혓바닥째 넘어간다. 한때는 채식주의자를 자처했던 부서의 살림꾼 김도웅 기자도 ‘고기 맛본 중’처럼 연신 젓가락질이다.
웃고 떠들며 삼겹살 파티를 마치니 어느새 해거름녘. 마음이 열리는 것은 한순간이다. 일상에서 쌓인 이런저런 벽과 거리감들이 시나브로 사라진다. 일터를 벗어나기만 해도 생기가 도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인간은 일하는 존재이면서도 여전히 놀이하는 존재다. 문명의 발달과 함께 일과 놀이가 분리되며 삶이 팍팍해졌지만, 우리의 유전자 속에 든 호모루덴스(유희의 인간)의 본능은 언제든 틈만 나면 되살아난다.
고참·졸병 없이 모두 자연인이 된 시간. “어두워지기 전 계곡에 발 좀 담가 보자”는 막내 김인경 기자의 말에 모두 “그거 좋다”며 이구동성 공감한다. 이렇게 자연에서는 교감도 빠르다. 새내기답게 톡톡 튀면서도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김기자도 이날은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싹 내려놨다.
계곡 산책 후 준비해온 매운탕 거리로 소주 몇잔 곁들인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니 서산에 초승달이 떴다. 캠핑의 묘미는 역시 밤이다. 시각 중심의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밤은 공감각을 일깨우는 시간이다. 사위가 어두워지며 나도 다시 보이고 함께하는 일행과도 더 가까워진다.
누가 시킬 것도 없이 커피잔을 앞에 두고 둘러앉은 밤. 아래 위의 역할을 바꾸는 야자타임 때는 졸병들이 목청을 돋우고, 첫사랑의 추억을 풀어놓을 때는 고참들의 사설이 길어진다. 깊어가는 캠핑의 밤에 까칠한 대꾸나 날 선 언쟁은 없다. 도란대다가 웃다가 박수 치다가….
밤이 이슥했는지 이윽고 이웃 텐트에 하나둘씩 불이 꺼지고, 쏟아지는 별빛 사이를 휘파람새가 ‘휘 휘리릭’ 한자락 일성호가를 날리고 지나간다.
“자, 우리도 이제 잡시다. 내일 새벽, 숲의 정령들은 만나 봐야지.”
최부장의 ‘센티한’ 마무리 멘트에 돋은 닭살을 쓰다듬으며 파안대소하는 팀원들. 이날 하루, 일상탈출은 확실히 했다. 물론 내일 다시 일터로 돌아가면 또 일상에 젖겠지만, 그때마다 틈틈이 캠핑에 나설 일이다. 누가 뭐래도, 회사 출근보다는 캠핑이 재밌다.
가평=이승환 기자 lsh@nongmin.com
사진=김병진 기자 fotokim@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