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효능 및 섭취 요령
비타민이 이름을 얻은 지 올해로 꼭 100년이 됐다. 1911년 폴란드 화학자 카시미르 풍크는 현미의 아민(질소 유기화합물)이라는 성분에 각기병 예방효과가 있음을 밝혀내고, '생명유지에 꼭 필요한(vital) 아민(amine)'이라는 뜻으로 비타민이라 명명했다고 한다. 이후 이 이름은 보편화해, 아민이 있든 없든,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유기화합물의 대명사로 자리잡았고, 유익하고 바람직한 존재 일반을 환유(換喩)하는 상징어가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타민에 대한 맹신과 남용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비타민의 효능과 복용법을 간략하게 살펴본다.
비타민은 하루 중 어느 때든 규칙적인 시간대에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식사와 함께, 혹은 식후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 수용성비타민도 일정 시간 몸에 머물며 흡수ㆍ재흡수된 뒤 배출된다. 반드시 저녁에 먹고 자야 충분히 흡수된다고 믿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공복에는 비타민 복용을 피해야 한다. 위벽을 자극해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타민C는 약산성이어서 위가 민감한 경우에는 주의해야 한다. 비타민 보관은 섭씨 15~30도 정도의 실온 보관이 좋다. 다만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는 냉장보관도 무방하다.
"6년쯤 전이던가, 건강기능식품업계 워크샵에 강사로 초청받아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분들도 그러더군요. 건강기능식품…, 이름 참 잘 지었다고요."
자칭 '건강기능식품업계 공적(公敵)1호' 박진호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의 시민 건강강좌 등을 통해 비타민을 비롯한 각종 건강기능식품의 '건강 역기능'가능성을 경고해온 바 있다.
"우린 한방문화권이잖아요. 보양문화라는 게 있어서 인위적인 것을 꺼림칙하게 생각하죠. 그래서 약(藥)이라고 하면 부작용부터 걱정합니다. 그런데 이건 '식품'이라니까 안심하게 돼요. 또 생긴 건 약이잖아요. 약의 부작용은 걱정하면서도 효능은 신뢰하는 사람들의 인식에 부합하는 거죠. 몸에 꼭 필요하고 건강에 좋다는 걸 죄다 모아놨다는데 먹기까지 편해요. 건강은 챙겨야겠고, 시간 내서 운동하기는 귀찮고…, 가장 쉬운 게 비타민이죠.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몸에 좋은 거라고 그것만 모아 많이 먹으면 좋겠어요? "그는 몸에 좋다는 운동을 그리 열심히 하는 운동선수들이 왜 대체로 수명이 짧은지, 안 먹으면 죽는 밥조차 지속적으로 많이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반문했다.
-먹지 말라는 얘긴 아닐 텐데.
그는 옷 한 벌 살 때도 열 군데씩 다녀보고 아이 영어학원 선택하면서 오만 군데 다 다니면서, 정작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는 무모한 이들이 많다고 했다. "이웃 아주머니가 좋다고 하면 먹고, 방문판매원이 뭐라고 하면 솔깃해져요. 몸에 좋다니, 식품이라니, 밑져야 본전이겠지 하는 거죠."
-어떻다는 얘긴가.
"의학이 과학화한 건 얼마 안 된다. 특정 성분의 기능조사라는 것도 해당 업체에서 수행한 게 많고 또 대개는 세포 단위에서, 혹은 쥐 같은 동물로 실험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고농축 비타민E를 암세포에 떨어뜨렸더니 죽더라, 그러니 효과 있다, 그런 식이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말해 맹물을 떨어뜨려도 암세포는 죽는다. 반박 연구가 없는 상태에서 제약회사나 식품회사들이 그런 걸 수입해 들여오는 거다. 한때 항산화비타민으로 비타민E 토코페롤이 얼마나 유행했나? 지금은 비교적 잠잠하다. 정말 좋은 거면 유행을 타면 안 되지 않나."
그는 미국 의학협회 저널 '자마'(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와 영국 의학전문지 '란셋'(TLANCET), '애널스 오브 인터널 메디신'(Annals of Internal Medicine) 등 낯선 학술저널들에 실린 연구논문들을 열거하며 컴퓨터 모니터를 켰다.
"보세요. JAMA 연구는 건강기능식품 판로 확장을 목적으로 무려 3,000억 원을 들여 2005년에 이뤄졌어요. 셀레늄과 비타민E의 전립선암 예방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거였죠.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어요. 그걸 먹을수록 신부전증 발병률이 점점 높아졌고, 150단위(IU) 이상 먹은 경우는 유의미한 상관도가 밝혀졌죠. 400단위가 넘으면 4,5년 내 기존암 재발률이 1.86배, 다른 암 발병률도 3배…. 인체가 필요로 하는 비타민E 양은 하루 10단위 내외예요. 그런데 시판되는 비타민 제품들은 무려 1000단위, 2000단위…, 그렇거든요. 비타민B도 마찬가지죠. 당초엔 심장병 예방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어요.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신장병 심장병 오히려 더 잘 걸리는 걸로 나와요."
그는 "의사들도 공부하지 않으면 무식할 수밖에 없다"고, "당장 나만 하더라도 공부할 때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커리큘럼이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 암 공부하기 바쁘고 심장병 고혈압 당뇨가 급한데, 누가 클로렐라 글루코사민 토코페롤 공부하겠냐"고 반문했다.
"처음엔 의사들도 그런 것들이 건강에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던 것 같아요. 신경과 의사들이 치매에 토코페롤을 처방하기도 했거든요. 요즘은 그런 경향이 많이 줄었지만요."
그가 건강기능식품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대략 8,9년 전부터라고 했다. "그 즈음 각종 건강기능식품들이 막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임상강사 시절인데 서울대 건강증진센터에서 팀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련 자료를 조사하기로 했어요. 그 결과가 제가 지금껏 말한 그런 거였어요.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언론 보도가 나갔죠. 한 마디로 난리가 났어요. 시위신고 들어오고, 관련 농민단체들의 항의도 빗발쳤죠. 2004년엔가 의사협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종합학술대회를 했다가 곤욕을 치렀죠.다음 해부터는 못 했고요."
-어쩌라는 건가
비타민이든 건강기능 성분이든 진짜 식품으로 섭취하는 게 가장 좋다, 는 극히 상식적인 말을 강조한 뒤 그는 "가령 전립선에 좋다고 즐겨들 먹는 쏘팔메토라는 건 북미 인디언들이 먹던 선인장에서 추출한 성분이에요. 그 선인장 속에 현대의학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어떤 다양한 성분들이 어떻게 조화해 쏘팔메토와 어떤 상승작용을 하는지, 어떻게 부작용을 예방하는지 우리는 충분히 알지 못해요"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적당한 운동도 권했다. 그래도 정 건강기능식품 먹고 싶으면 자기 몸을 살펴- 가능하다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 꼭 필요한 군(群)만 필요한 양만큼 먹으라고, 함량 높은 게 무조건 좋을 거라는 인식은 버리라고 말했다.
"편식하는 노인이나 수술 후 입맛이 떨어져 음식 섭취를 충분히 못하는 경우엔 종합비타민, 폐경 후 뼈가 약한 여성은 칼슘, 햇빛을 쬘 일이 드문 실내 근로자의 경우 비타민D, 흡연자는 비타민C…, 그런 식으로 성분 함량을 따져서 조심스럽게 드시길 권합니다. 가령 부정맥, 심근경색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오메가3는 생선을 거의 안 먹는 미국인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대개 주1,2회씩은 생선을 챙겨먹는 한국인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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