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대한의학회 학술지 7월호 발표… “4명 사인 검증 필요”
일본에서 최근 슈퍼박테리아의 일종인 다제내성(多劑耐性) 아시네토박터균(MRAB)에 46명이 감염돼 9명이 사망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접한 우리나라에도 비상이 걸렸다. 또 6일 대부분 항생제가 듣지 않는 신종 슈퍼박테리아(NDM-1)가 인도와 유럽에 이어 일본에서도 검출됐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하면서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일본에서 문제가 된 MRAB는 세계적으로 여러 차례 발견됐던 내성균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균이 아니며 NDM-1도 치료할 항생제들이 있기 때문에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NDM-1에 걸렸던 환자는 현재 회복해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과장은 “지금까지 슈퍼박테리아는 1996년 일본에서 발견한 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상구균(VRSA)이 있었지만 2000년에 치료제가 나와 지금은 진정한 의미의 슈퍼박테리아가 아니다”라면서 “2000년 이후 모든 약에 내성을 갖는 슈퍼박테리아는 아직 보고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내성균 관리를 못한 탓=이번에 일본에서 46명이나 MRAB에 걸린 것은 병원 측이 수개월 전에 발견한 내성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이다. MRAB는 대부분 병원 중환자실에서 많이 검출된다. 내성균이 나타나면 다른 환자들에게 확산되지 않도록 철저히 격리 조치를 해야 된다. 일본에서 이 조치에 소홀해 혈관이나 신장질환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에게 전파된 것이다. MRAB는 독성이 약해 건강한 사람은 감염되더라도 특별히 발병하지 않는다. 다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초기에 손을 쓰지 않으면 급격히 세균이 번식해 일본처럼 사망자가 속출할 수 있다.
대한의학회의 국제학술지 7월호에는 국내 한 대학병원의 중환자실 환자 57명을 조사한 결과 19명(35.8%)에게서 MRAB가 검출됐고 이 중 4명이 이 균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는 논문이 실렸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아시네토박터균은 항생제 카르바페넴에 내성을 가진 균 가운데 독성이 가장 약하다”면서 “사망에 이르게 된 직접적 원인이 만성질환 때문인지, 아시네토박터균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인도 파키스탄 영국 미국 등지에서 발견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카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과 VRSA는 국내에서는 임상 보고된 바 없다.
▽어떻게 예방할 수 있나=병원에서 걸릴 확률을 최소화하려면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내에서 내성균의 전파를 막으려면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이 환자와 접촉한 전후에 손을 꼭 씻어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내년부턴 MRAB를 포함해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 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VRE), 카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다제내성 녹농균(MRPA), MRAB 등 6개 내성균주를 법정감염병으로 정하고 표본감시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따라서 내년부터 전국 종합병원급 의료기관 50여 곳은 6종의 항생제 내성균 감염환자 현황을 매주 보고해야 한다. 병원 업계에선 “항생제 관리를 잘하는 병원엔 인센티브를 줘 병원이 감염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원내감염 ::
병원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미생물 감염을 일컫는 용어이다. 요로 감염, 창상 감염, 폐렴 등이 대표적이다. 주로 암, 장기이식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가 잘 걸리거나 장기간 항생제를 복용한 환자가 내성이 생긴 균에 감염되기도 한다.